'불후의 명곡'과 아나운서의 조합은, 의외로 딱이었다. 특히 가족들이 함께 TV 앞에 둘러앉아 보기에 그야말로 안성맞춤이었다.
지난 26일 오후 방송된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이하 '불후의 명곡')는 KBS 아나운서들과 가수들의 콜라보 무대로 구성된 한가위 특집으로 꾸며졌다. 기대 이상의 재미까지 선사했다.
대기실에서의 입담은 '역시 아나테이너'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특히 최근 각종 예능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조우종 아나운서는 "게스트가 아닌 MC로 들어오고 싶다"며 MC 욕심을 대놓고 드러냈다. 게스트로 출연하면 출연료가 1만원, MC면 2배인 2만원이 된다는 게 그 이유였다.
또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침 뉴스를 진행했던 과거를 털어놓기도 했다. 신입 시절 얼떨결에 들어간 뉴스에서 '모니터가 얼굴로 바뀌면 뉴스를 시작하라'는 말에, 화면을 보고 있다가 바뀌지 않은 화면 탓에 시작 시점을 놓쳤다는 조우종은 "이어콘을 끼고 있었는데, 욕이…욕이 너무 차지게 하시더라. 정면을 보라고 해서 봤다. 한참 봤다. 내가 화면에 나오는 게 너무 신기했다"고 과거 실수담을 고백했다.
장윤정의 남편인 도경완 아나운서의 입담도 돋보였다. 도경완은 제작진의 섭외를 받고 콜라보 상대로 소녀시대 태연을 원했지만, 장윤정이 "기다려봐"라고 말한 뒤, 절친 영지를 섭외했음을 털어놓아 웃음을 자아냈다.
물론 이들의 무대 역시도 흥겨웠다. 한석준-정준영의 '천생연분'으로 시작된 무대는 정다은-틴탑(니엘, 창조)의 '서울 대전 대구 부산'으로 흥이 올랐고, 도경완-영지의 '밤에 피는 장미'로 수준급 무대까지 등장해 이목을 집중케 했다.
이정민-황치열의 '분홍 립스틱'까지 넘어서 2연승을 달리던 도경완-영지 팀은 최승돈-홍경민 '영일만 친구'를 만나 패배했다. 하지만 결국 두 사람은 조우종-이현우의 '아파트'를 만나 최종우승엔 아쉽게 실패했다. "최승돈 부장님이 우승해야 해피엔딩이다"는 이정민 아나운서의 발언이 떠올라 다들 웃음이 이어졌다.
평소 뉴스와 스포츠 중계를 통해 냉철하고 지적인 이미지를 뽐냈던 이들은 추석 한가위를 맞아 그동안 감춰왔던 끼와 에너지를 무대에 발산하며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안겼다. 아나운서가 한껏 가깝게 느껴졌던 그런 '불후의 명곡' 특집이었다. / gato@osen.co.kr
[사진] '불후의 명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