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기용의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최주환(27, 두산 베어스)은 준비된 3번타자였다.
최주환은 2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 3번타자(2루수)로 선발 출장해 홈런 2개 포함 4타수 4안타 8타점으로 팀의 14-3 대승을 이끌었다. 한 경기 8타점은 KBO리그 통산 10번째이자 두산 소속 선수로는 최초의 기록이다.
경기를 마친 최주환은 "야구하면서 이런 경기는 처음이다"라며 기뻐했다. 경기 시작 전에는 데뷔 첫 3번타자 선발 출장이라는 사실로 관심을 끌었지만, 끝나고 나니 최주환은 3번 타순에서 8타점을 챙긴 수훈선수가 되어 있었다. 최주환은 "2013년 플레이오프에서 3번으로 한 번 나가봤다. 그리고 퓨처스리그에서는 3번 타순에서 많이 쳤다"며 어색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퓨처스리그에서 중심타선에 오래 포진했던 경험은 큰 차산이다. 상무 시절이던 2010년에는 북부리그 타점과 도루를 제외한 6관왕에 올랐던 적도 있다. 정규시즌 3번은 처음이지만 어떻게 보면 낮경기 3번 경험은 누구보다 많지 않았냐고 되묻자 최주환도 웃었다.
"집중해서 임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던 그는 부진했던 시기도 돌아봤다. 5월부터 7월까지 최주환은 타율 1할5푼7리(70타수 11안타)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8월과 9월에는 타율이 각각 3할2푼7리(55타수 18안타), 4할4푼7리(38타수 17안타)로 높다. 최주환은 "시즌 초에 기회를 얻었을 때 버티다가 과부하가 왔다. 그때 보니 타격 폼이 많이 무너져 있었다"고 솔직히 말했다.
자존심보다 생존이 중요했기에 변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 10년차인 최주환은 "10년간 타격 폼에는 자부심이 있어 잘 바꾸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스윙 궤도에 변화를 줬다. 다른 선수 영상을 보면서 도움을 받고 수정했다. 원래 찍어서 치는 스타일인데 지금은 레벨 스윙에 가깝게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김현수도 인정하는 좋은 스윙을 가진 타자가 스스로도 자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을 고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최주환은 과감한 선택을 했고, 그것이 적중했다.
부진 탈출 과정에서 롤 모델이 됐던 선수는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만능타자 야나기타 유키다. 야나기타는 올해 134경기에서 타율 3할6푼5리, 34홈런 99타점 32도루로 몬스터 시즌을 보내고 있다. 풀 스윙이 트레이드마크인 선수이기도 하다. "야나기타의 영상을 지금도 자기 전에 보는데, 삼진을 당하더라도 자기 스윙을 하는 모습이 좋다"는 것이 최주환의 설명이다.
앞으로의 목표는 두 가지다. 자신있는 플레이를 보이는 것, 그리고 팀 승리에 기여하는 것이다. 최주환은 "(오)재원이 형의 컨디션이 안 좋아서 나가게 됐는데, 자신있게 하려고 한다. 순위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8월 초순에 받은 최주환의 모자에는 자신의 유니폼에 있는 것과 같은 숫자 7과 함께 '자신있게 하자!'는 문구가 적혀 있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