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정의 등장은 안방극장을 또 한 번 감동으로 물들였다. 그는 지난 ‘히든싱어2’에서 자신의 오랜 골수팬이자 모창능력자들 사이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었다. 특히 당시 무대에서 모창능력자들은 임창정의 은퇴선언 무대를 재현하며 큰 감동을 안겼고, 방송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는 편인 임창정마저 눈물을 흘리는 인상 깊은 장면을 그려냈었다.
이런 그가 ‘히든싱어2’ 임창정 편의 준우승자이자 통합 왕중왕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던 ‘용접공 임창정’ 조현민과 함께 지난 26일 방송된 JTBC ‘히든싱어4 커밍순 특집-도플싱어 가요제’(이하 ‘도플싱어’)를 찾았다.
‘히든싱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자타공인 최강 커플인 두 사람은 가요제 녹화에 앞서 완성도 있는 무대를 위해 철저한 준비를 했고, 그들의 인생 명곡인 ‘소주 한 잔’을 선보였다. 오랜만에 입을 맞추는 무대였지만 여전히 두 사람은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며 최고의 하모니로 역대급 무대를 만들었다. 특히 마지막 소절인 “미친 듯이 외쳤어” 부분에서 마치 한 사람인 것처럼 “미친 듯이”를 한 음절씩 번갈아 부른 후 “외쳤어”로 두 사람의 목소리가 하나가 되는 장면은 이날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힐 만 했다.
또한 임창정은 충격적인 반전의 신의 한 수로 모든 출연자와 관객들을 경악시켰다. 이날 무대에는 1번과 2번으로 나누어진 히든 스테이지가 설치되어 있었다. 원조 가수와 모창능력자가 이 안에서 원조 가수 노래의 전반부를 한 소절씩 번갈아 부르다 후반부에 두 도플싱어의 얼굴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임창정은 얼굴을 공개하기 직전, 통을 바꿔 등장했다. 다수의 출연자들은 2번에 임창정이 있다고 확신했지만 그가 1번에서 나타나자 모두 믿을 수 없다며 경악했고, 패널이었던 변진섭은 “유일하게 맞혔다. 이제 톤을 들으니 알겠다”며 우쭐해했다. 이에 임창정은 “막귀는 영원한 막귀다”라며 “사실은 제가 2번에 있었다”고 진실을 고백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렇게 간주 15초 동안 통을 바꿔 완벽하게 모두를 속인 임창정의 작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후반부에 임창정이 등장할 당시, 무대 뒤에 있던 조현민이 노래를 부르며 임창정은 립싱크를 했고 반대로 조현민이 등장할 때는 임창정이 노래를 부르고 조현민이 립싱크를 한 것. 두 사람의 소름 끼치는 목소리 싱크로율과 립싱크 실력에 관객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MC 전현무는 “식스센스 이후 최고의 반전이다”라며 감탄을 했다.
사실 두 사람이 이렇게 완벽한 립싱크 실력으로 관객들을 속인 것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다. 임창정은 전국 투어 콘서트에서 모창능력자들과 서로 립싱크를 하며 등장하는 서프라이즈 무대를 만들어왔다고 전했다. 또한 ‘히든싱어2’ 당시 모창능력자들과 다 같이 노래를 불러서 앨범을 냈으면 좋겠다고 약속했었던 임창정은 실제로 12집에 모창능력자들과 함께한 ‘너의 미소’를 수록해 의리를 지킨 바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임창정이 조현민에게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포장마차 프랜차이즈의 가맹점 오픈 준비를 도왔다는 사실이 밝혀져 훈훈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조현민의 새 출발에 큰 힘이 되어 준 임창정은 “제수씨 되실 분하고 같이 오순도순 재밌게 하시라”며 쑥스러운 듯 짤막한 멘트를 남긴 후 말을 돌렸다.
이어 임창정은 가수로 데뷔한 조현민의 ‘진짜 미친 거 아니야’를 함께 열창했다. 좋지 않은 목 상태에도 아침부터 연습에 매진했다는 임창정과 그런 임창정에 고마움을 느끼는 조현민은 이어서 임창정의 신곡인 ‘또 다시 사랑’까지 선보였다.
서로를 생각하는 두 사람의 진심은 브라운관을 넘어서까지 그대로 전달되어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자신의 노래를 평생 애타게 들었던 팬과 원조가수의 완벽한 하모니는 원조 가수와 모창자를 떠나 뜨거운 우정이 돋보였고, 이런 팬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의리를 지켜 온 임창정이 있었기에 '도플싱어'의 무대는 더욱 빛날 수 있었다.
한편 추석특집 ‘도플싱어’ 2부에는 윤민수와 '작곡가 윤민수' 김성욱, 이수영과 '판매원 이수영' 우연수, 휘성과 '사랑해 휘성' 김진호, 이승환과 '발전소 이승환' 김영관의 무대가 이어질 예정이다. 27일 일요일 밤 11시 방송. / nim0821@osen.co.kr
[사진] ‘도플싱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