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가창력과는 또 다른 얘기다. 단순히, 노래를 시원시원하게 잘 불러서가 아니다. 이들의 목소리는 듣는 이들의 감성을 촉촉하게 적신다. 힘겹게 소리를 높여 부르는 것도 아니다. 속삭이듯, 읊조리듯 때로는 흥얼거리는 것만으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9월 말 음원 차트는 여느 때보다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춘추전국시대'를 이루며 사랑 받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이 '음색미녀'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가을로 들어선 계절의 길목, 남자 파트너들과 절묘한 콜라보레이션으로 '감성충전기' 역할을 하고 있는 여가수들을 정리했다.
◆ 원조 '콜라보퀸' 소유
씨스타 소유는 원조 '콜라보퀸'이다. 씨스타는 파워풀한 보컬인 효린의 색깔이 강한 그룹. 하지만 소유는 여러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으로 자신만의 음색을 알리며 독보적인 자리에 올라섰다. 소유의 이름으로 만든 첫 히트곡은 역시나 '썸'이다. 이 노래에서 소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듣는 이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가수 박진영이 말하는 '노래 반 공기 반'에서 공기가 조금 더 들어간 듯한 그의 목소리는 섹시하면서도 듣기에 편하다.
지난 22일 발표된 소유X권정열의 '어깨'는 그런 소유의 목소리와 개성 있으면서도 차진 권정열의 음색이 조화를 이룬 '힐링송'이다. '썸'에서 소유의 음색이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의 아슬아슬한 설렘을 효과적으로 드러냈다면, '어깨'에서는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살려낸다. 이처럼 소유의 목소리가 가진 장점은 어떤 노래와도, 어떤 아티스트와도 절묘하게 어울려 들어간다는 점이다. 그는 '때려박는 랩'을 하는 매드클라운과도('착해 빠졌어') 독특한 음색의 어반자파카와도('틈') 듣기 좋은 어울림을 만든다.
◆ 세이렌의 환생 김예림
가수 김예림의 목소리는 종종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세이렌의 목소리에 비유되고는 한다. 윤종신은 '슈퍼스타K'에서 김예림의 노래를 듣고 "사람을 홀리는 인어의 목소리"라고 극찬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김예림의 목소리는 독특하면서도 신비스러워 듣는 이들을 신경을 집중시키는 힘이 있다.
그런 면에서 EDM 공장장 박명수의 후배 유재환이 김예림의 피처링 지원사격을 받은 것은 신인으로서 '행운'이라 할 수 있다. 김예림은 유재환의 '커피'에서 역시나 몽환적인 음색으로 분위기를 살린다. 특히 그의 울림있는 목소리는 귓가에 계속 맴돌며 묘한 중독성을 만드는데, 이 중독성이 '커피'를 차트 상위권에 안착시키는 데 한몫을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김예림의 독특한 음색은 특별히 색깔있는 아티스트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데, 프라이머리와 오혁은 함께 한 싱글 앨범 '럭키 유(Lucky You)'에서 유일한 피처링 여가수로 김예림을 택했고, 대선배인 이승환과 유희열, 래퍼 스윙스도 그에게 '러브콜'을 보내 완성도 높은 결과물들을 만들었다.
◆ 차세대 '썸'녀 박보람
가수 박보람은 차세대 '썸녀'다. 소유의 뒤를 이을만한 대중적이면서도 좋은 음색을 가진 가수라는 의미. 박보람은 사실, 데뷔 후 깜짝 놀랄만한 외모 변신으로 더 주목을 받았다. '슈퍼스타K2'에 출연할 때만 해도 통통하고 귀여운 외모를 자랑했던 그는 데뷔곡 '예뻐졌다'와 함께 인형 같은 미모로 대중 앞에 다시 섰고, 외적인 부분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박보람은 외모에 대한 관심으로만 끝나기엔 아까운 가수다. 가창력에서도, 음색에서도 여느 가수들에 뒤지지 않는 실력과 재능을 갖고 있기 때문. 그런 그의 가능성은 블락비 박경이 낸 첫 솔로 앨범 '보통연애'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맑은 미성으로 박경과 호흡을 맞추는 박보람의 목소리는 튀지 않고 부드럽지만, 분명한 존재감이 있다. 아직 피처링 선배들에 비해 히트곡은 많지 않지만, '보통연애' 하나만으로 차세대 '음색퀸'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다.
◆ '기승전'아이유
결국 '기승전아이유'를 할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이유는 아이유이기 때문이다. 정식 앨범 수록곡도 아닌 '무한도전' 가요제 참가곡 '레옹'으로 아이유는 약 한 달째 주요 음원차트 5위~10위권을 지키고 있다. 그가 함께 호흡을 맞춘 이는 무려 EDM 공장장 박명수다. '무한도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박명수의 EDM 사랑은 꾸준하면서도 크다. 어쿠스틱하면서도 감성적인 아이유와는 물과 기름처럼 보일 수밖에 없는 이질적인 상대.
하지만 아이유는 자신이 직접 작사, 작곡, 편곡한 '레옹'을 통해 박명수의 특징을 잘 살려냈고, 급기야 가요제 참가곡들 중 가장 큰 인기를 얻게 만들었다. 음색에 대해서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음색 깡패'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그의 목소리는 자신이 직접 만든 노래부터, 오래된 70~80년대 선배들의 노래까지 아우를 수 있는 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여기에 노래가 가진 특유의 감성을 이해할 수 있는 아이유의 탁월한 해석력도 한몫했다. 아이유의 쓸쓸하면서도 투명한 음색은 이처럼 음악적인 자질과 어울려 그를 대체불가한 아티스트의 자리에 오르게 만들었다. /euigen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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