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음원차트를 보면 '빈집털이'는 이젠 옛 말이다.
'빈집털이'(음원강자인 톱스타와의 정면 대결을 피해 비수기 음원 발표를 노리는 전략)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일지는 모르지만, 확실히 일부 가수들의 컴백 시기 전략 중 하나로 존재해왔다. 힘들게 만든 노래가 빛의 속도로 사라지느니 경쟁자들이 없거나 드물 때 순위권에서 노출되는 것이 나을거란 계산이다.
하지만 이런 '빈집털이'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것이 가요 관계자들의 중론. 음원강자들의 컴백이 날이 갈수록 빽빽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음반이 아닌 음원시대가 도래하면서 가수들의 활동 주기가 빨라진 것이 큰 이유다.
최근 주요 음원차트만 보더라도 괴물신인, 음색깡패, 롱런주자 등 굵직한 가수들이 저마다 확실한 자기 주장을 하고 있다. 아이콘이 데뷔 선공개곡 '취향저격'으로 차트를 '씹어먹고' 있고 소유-권정열의 '어깨', 박경-박보람의 '보통연애', 유재환-김예림의 '커피'가 가을이란 계절감을 살려 콜라보 음원 열풍을 다시금 몰고 왔다.
예능이 음원차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커져간다. MBC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팀 이유 갓지 않은 이유(박명수-아이유)가 부른 '레옹'와 Mnet '쇼미더머니4'에서 위너 송민호가 부른 '겁'은 한 달이 넘도록 상위권에서 붙박이 인기몰이 중이다.
힙합의 열기는 계속된다. 리쌍 개리는 '바람이나 좀 쐐'로 단숨에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예능인 개리가 아닌 가수 개리로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다. 걸그룹 중에는 유일하게 레드벨벳의 '덤덤'이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는 모습. 전설의 컴백 주자들도 여전한 저력을 드러내고 있다. 플라이투더스카이가 '그렇게 됐어'로, 임창정이 '또 다시 사랑'으로 화려한 컴백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이런 마치 춘추전국시대같은 모습은 비단 2015년 9월의 그림만은 아니다. 예능 음원의 차트에서 차지하는 지분이 커져가고, 여러 창구를 통한 '믿고 듣는' 음원 강자들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치밀한 컴백 전략도 가요계를 긴장시키는 부분이다. YG엔터테인먼트에서는 빅뱅에 이어 아이콘이 한 달마다 지속적으로 음원을 낼 계획이다.
때로는 생각지 못한 복병도 있다. 얼마 전 백아연의 '이럴 거면 그러지 말지'는 생각지 못한 역주행으로 가요계를 놀라게 했고, 그룹 여자친구 같은 경우는 최근 직캠으로 다시금 '오늘부터 우리는'이 신나는 역주행을 선보였던 바다.
더 이상 '빈집'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가 음원차트를 보는 시선. 이를 최근 불거진 음원사재기 논란과 연결시켜 생각해본다면,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고 하더라도 '좋은 노래'를 들으려는 대중의 다양한 선택을 막을 수는 없다. 대부분의 음반 제작자들이 음원사재기에 대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가격 대비 효과가 없다'인데, 시도해 봤지만 가격에 비해 그 효과가 낮아서 다시는 안 찾게 된다는 것.
한 관계자는 "차트 순위를 높이기 위해 수없이 돈을 쓰는 게 의미가 없다"라며 "결국 틀에 박힌 말일지도 모르지만, 콘텐츠의 힘으로 승부를 볼 수 밖에 없다. 사재기를 할 시간에 더 좋은 곡을 만드는 데 돈을 쓰는 게 낫다"라고도 전했다. / ny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