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슬기는 반짝이는 배우다.
연극으로 첫 발을 내딛고, tvN 'SNL코리아' 크루로 합류해 제대로 얼굴을 알렸다. 축적된 인지도는 이후 드라마, 영화, CF, 뮤지컬 등 전방위 활약을 가능케 했으며, 끼와 노력이 뒤섞인 결과물에 대중은 스며들듯 매료됐다. 'SNL코리아'로 각인됐던 '국민 욕동생' 수식어도 떨쳐내고, 이제는 어엿한 '진짜 배우'로 거듭났다.
직전 끝마쳤던 작품은 '오 나의 귀신님'(극본 양희승, 연출 유제원)이다. 그야말로 1%대로 다 죽어가던 tvN 금토드라마에 인공호흡기를 댔던 작품으로도 잘 알려진 이 작품에서, 김슬기는 처녀귀신 신순애 역을 맡았다. 제목이 '오 나의 귀신님'이니, 김슬기는 어쨌든 타이틀롤이다.
케이블로 시작해, 지상파로 역진출 했던 김슬기가 드라마 주연으로 돌아왔으니 확실히 '금의환향'이 맞다. 드라마를 끝냈지만 작품에 대한 여운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김슬기 역시 인터뷰를 통해 이를 "뿌듯하다"는 말로 먼저 꺼내들었다.
"고향에 돌아온 기분일까요. 'SNL코리아' 호스트로 돌아온 건 아니지만, 비교하자면 딱 그 정도의 기분이에요.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하는 것마다 잘 됐거든요. 그런 시기 있잖아요? 앞으로 쭉 잘 되라는 법도 없고, 그냥 이 시기에 감사해하고 열심히 살려고요. 어쨌든 받은 만큼은 또 누군가에게 돌려주고 싶어요. 사명감 같은 게 생겼죠. 아프리카도 다녀오고 이런저런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에요."
물론 김슬기에게도 '귀신' 역할은 쉽지 않았다. 사물을 잡을 수도 없었고, 죽은 상태로 옷을 갈아입을 수도 없어 드라마 내내 똑같은 옷을 입고 있어야 했다. 더 예뻐보이고 싶은 게 당연한 여배우에겐, 아쉬울 노릇이다.
"사물에 의지하거나, 뭔가를 잡을 수 없어서 연기하는 데 제약이 많았어요. 계속 같은 옷에 같은 머리를 하고 있는 것도 힘들었어요. 초반엔 분량이 많지 않아서, 3일에 한 번씩 빨아입고 그랬어요. 땀이 많은 편은 아니라, 걱정하시는 것처럼 막 찝찝하고 이러진 않았어요. 바지는 두벌이었고요.(웃음) 조명도 거의 없고, 채도도 빼내고, 속상한 게 없다면 거짓말이죠."
불행 중 다행(?)인 건, 배우 조정석이 김슬기의 이상형이었다는 사실. 앞서 2013년 방송됐던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출연했던 김슬기는 당시 '눈빛이 살아있는 조정석 선배의 얼굴'을 이상형으로 꼽은 바 있다. 결국 이상형으로 언급했던 배우와 1년반 만에 연기 호흡을 맞추게 된 것.
"극중 두 사람의 러브신이 한 장면도 없었지만, 만남 만으로도 기뻤어요. 호흡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서 뿌듯했달까요. 같이 연기를 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어요.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전 동방신기의 팬이에요. 특히 멤버 중 시아준수의 팬이었는데, 뮤지컬 '디셈버'에서 호흡을 맞췄죠. 조정석 배우 역시도 뮤지컬을 할 때부터 오랜 팬이었는데 한 작품에서 만났고요. 그러니깐 전 확실히 성공한 팬이에요."
물론 단순히 '성공한 팬'만은 아니다. 2012년 '동행'과 '평행선' 등 단편영화에 출연했던 김슬기는, 2013년 '무서운 이야기2', 2014년 '수상한 그녀', 그리고 같은해 '국제시장'에 윤끝순 역으로 출연하면서 천만 영화에 출연한 배우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황정민과는 극중 남매 호흡을 맞췄다.
"아직도 호흡을 맞추고 싶은 배우는 많죠. 하정우 선배는 연기를 너무 잘하고 멋있으셔서, 꼭 한 번 작품에서 만나뵙고 싶어요. 연인 역할로요. 이왕이면 진한 멜로였으면 좋겠어요.(웃음)"
현재 김슬기는 영화 '국가대표2' 촬영에 한창이다. 비인기종목인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을 위해 틈틈이 아이스하키까지 배웠다. 작품 외에 꽂혀있는 건 의외로(?) 요리. 시간을 내서 꼭 한 번 배워보고 싶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요리는, 사랑받는 아내가 되기 위한 '무기' 같은 거란다.
"아낌없이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어요. 결혼도 물론 해야죠. 여건만 된다면 결혼은 일찍 하고 싶어요. 그 전에 요리를 배워둬서 아내로서의 준비도 다 하고 싶어요. 요리를 배울수도, 먹을수도 있는 그런 요리 프로그램 PD님…저 좀 불러주실 생각 없으신가요?" / gato@osen.co.kr
[사진] OSEN DB, 김슬기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