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잉여’ 담백한 구성, 노잼이냐 꿀잼이냐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9.28 06: 52

‘노잼’이냐, ‘꿀잼’이냐.
방송인 노홍철을 내세운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 담백한 구성으로 취향에 따라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MBC가 지난 27일 방송한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추석 특집으로 기획, 반응에 따라 정규 편성 여부가 결정되는 파일럿 예능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이름이 알려지기 전부터 노홍철의 복귀 예능이라고 관심을 받았다. 노홍철의 주특기인 길바닥을 쏘다니는 구성, 리얼리티 여행 예능프로그램이다. 노홍철과 잉여 4인방이 최소 생계비로 유럽 여행을 하는 구성. 제작진의 별다른 개입 없이, 5명의 출연자가 돈을 벌어가며 여행을 이어가는 과정을 담는다.

1부가 공개된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다큐멘터리에 자막을 입힌 건지, 예능프로그램에 가공된 장치를 쏙 뺀 구성인지 애매한 경계선에 놓였다. 가공이 많이 들어간 여행 예능, 즉 제작진이 출연자를 쥐고 짜서 극한의 상황에 놓이는 여행 예능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심심한 구성이었다.
노홍철을 비롯한 출연자들은 서로 힘을 합쳐서 돈을 아끼거나 벌어야 했다. 여기에 인위적인 갈등은 없었다. 다만 친한 사람끼리도 싸우는 여행인 까닭에 작은 말다툼이 2부에 예고됐을 뿐이다. 음주 운전 물의를 일으키기 전 예능프로그램에서 방방 뛰어다녔던 노홍철은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하루 하루를 보냈다. 여전히 엉뚱하고 과한 친화력을 보이긴 했지만, 사기꾼 기질과 같은 예능 캐릭터는 없었다.
인간 노홍철의 속내를 들을 수 있고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물론 이는 어쩔 수 없이 방황하는, 혹은 스스로 방황을 선택한 청춘들과의 수다가 곁들어진 여행이었기 때문에 가능하기도 했다. 하루 하루 흘러가는 시간을 담백하게 담았고, 시청자들은 이들의 험난한 여행기를 지켜보며 소소한 웃음을 선물 받았다.
이 같은 큰 웃음이 나오지 않고, 큰 긴장감이 생기지 않는 구성은 누군가에게는 취향 저격일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취향 반감일 수도 있다. 호불호가 엇갈리는 구성이다. 인위적인 재미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이 여행의 의미를 찾는데만 집중해야 할 것이고, 가공된 장치가 신물이 난 이들에게는 소소한 즐거움에 웃음이 터질 것이다.
웃음을 떠나 이 프로그램이 여행을 통해 공감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기획 의도는 어느 정도 안방극장에 잘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험난한 여행을 하며 주고받은 대화에는 청춘들의 고민이 담겨 있었고, 서로의 견해 차이로 인한 작은 삐걱거림이 있었다.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열린 구성을 띤 것이나 다름 없었다. 함께 고민을 하자고, 함께 위로를 하자고 손을 내밀었기에 취향 저격 혹은 취향 반격으로 극명하게 갈리는 분위기다. 2부는 28일 오후 11시 10분에 방송된다. / jmpyo@osen.co.kr
[사진]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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