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에서 건축이란 극 소재만 바뀌었을 뿐이지 나머지 구성요소는 별반 다르지 않다. 굳이 차이점을 꼽아보자면, 앞선 작품과 다른 배우들의 출연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한마디로 연기하는 배우들이 새롭지 그들이 말하는 내용은 거기서 거기라는 얘기다.
지난해 '장보리 열풍'을 일으킨 김순옥 작가가 올해 들어 기대 속에 선보인 MBC 주말드라마 '내 딸 금사월'이 기존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며 고루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또 한 번의 시청률 대박을 위해 자가복제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제작진이 대박의 기쁨을 다시 한 번 맛보고 싶었다고 하더라도 비슷한 극의 구조는 보는 이들에게 지루함을 안길 수밖에 없다. 더욱이 요즘처럼 더 세고, 자극적인 것을 원하는 시청자들에게는 실험을 통한 파격적인 변화을 보여줘야한다. 하지만 '금사월'과 '장보리'는 어른들의 잘못으로 인해 운명이 뒤바뀐 두 여자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장보리'에서 배우 오연서와 이유리가 각각 선과 악으로 대표되며 시청자들에게 드라마를 보는 재미를 높였었다. 이번에는 그들보다 어린 백진희와 박세영이 캐스팅 돼 갈등의 명맥을 이어간다. 두 아이의 운명을 바꾸며, 큰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내 딸 금사월'의 결말 도 충분히 예상이 가능하다.
지난 27일 방송된 '내 딸 금사월'은 17년이란 긴 세월이 흘러 어린 금사월(갈소원 분)과 오혜상(이나윤 분)이 성장하고 각각 성인 역을 맡은 배우 백진희와 박세영이 등장했다. 더불어 두 사람과 러브라인을 형성할 윤현민도 모습도 잠깐 엿볼 수 있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오민호(박상원 분)와 한지혜(도지원 분)의 눈에 들기 위해 밥을 먹듯 거짓말을 하는 어린 혜상의 모습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앞서 이유리가 표독스러운 악녀의 전형을 제시하며 사랑을 받았기에 박세영 표 악녀 연기는 어떨지 궁금증을 모은다. 앞으로 사월과 혜상이 건축 일을 하며 강찬빈(윤현민 분), 주세훈(도상우 분)과 로맨스를 형성할 전망이다.
김순옥 작가만큼 생존을 위한 자가 복제에 능한 작가가 또 있을까. '내 딸 금사월'이 '왔다 장보리'와 큰 변화는 없어 보인다. 비슷한 설정에 큰 차이 없는 캐릭터들이 등장했더라도 색다른 줄거리로 차별을 꾀했다면 값싼 비판은 면했을 터다. 김 작가가 안정을 위해 자신의 성공작을 자가 복제하는 수준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진화한 면모를 보였어야 했다./ purplish@osen.co.kr
[사진]'내딸금사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