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팔이’의 애청자라면 누구나 “저 사람 누구지?”라며 궁금해했을 주원의 그림자 경호원. 전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무표정한 얼굴과 딱딱한 말투로 경호에만 힘쓰다 의외의 허술함으로 빵 터지는 웃음을 전하던 남자. 이제는 극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신스틸러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고 있는 배우 민진웅을 최근 합정동에서 만났다.
민진웅은 현재 SBS 수목드라마 ‘용팔이’(극본 장혁린, 연출 오진석)에서 김태현(주원 분)의 전담 경호원 상철 역을 맡아 우직하면서도 귀여운 허당기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답답함을 느낄 정도로 철두철미하게 경호하다가도 눈치 없는 행동으로 태현과 티격태격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지난 방송에서는 태현에게 한 살 어린 동생이라는 사실을 고백함과 동시에 남다른 무술 실력까지 뽐내며 존재감을 발산했다.
민진웅은 주원과 함께한 촬영이 어땠느냐는 질문에 “저는 정말 좋았다. 그런데 주위에서 제가 주원이랑 사적으로 친한 걸 알고, 또 같은 회사라는 것도 알아서 좀 부담이 되더라. ‘저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하는 마음에 걸어가는 장면인데도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어 민진웅은 “이것이 스스로 겪어내야 하는 첫 번째 일이었다. 또 너무 후반부에 투입이 되다 보니 이방인 같아서, 스태프들과 빨리 친해지는 것이 목표였다. 이름부터 외웠다”고 설명했다. 이런 마음이었던지라 촬영 끝나고 고생했다는 말 한 마디에도 일원이 된 것 같은 기분에 기뻐할 수밖에 없었다고.
그는 “처음엔 경호원이라고 불렀는데, 이제는 상철이라는 이름으로 불러주신다. 그것도 좋고, 스태프들이나 채정안 선배님을 비롯해 선배님들이 한 마디씩 말을 걸어주시는 것도 정말 좋다”며 “주원이 같은 경우엔 스케줄 없을 때 사적으로 정말 많이 보던 동생이었는데, 스케줄 때문에 되게 오랫동안 헤어져 있다가 요즘은 거의 매일 본다. 그래서 참 좋다”고 전한 뒤 크게 웃었다. 드라마 촬영을 하고 있는 현재, 그가 얼마나 큰 기쁨을 느끼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웃음이었다.
사실 민진웅의 진짜 꿈은 연기자가 아니었다. 집안과 주위 친구들 때문에 자연스럽게 의대나 약대를 나와서 의사나 약사가 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의도치 않게 단국대학교 법학과에 수시 합격을 하게 되면서 조금씩 새로운 길을 걷게 됐다. 입학 전 남아 있는 시간 동안 어머니의 권유로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따는 것은 물론, 연기학원까지 다니게 됐기 때문.
그는 “연기하는 것이 좋았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땀을 흘려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법대에서 더 이상 공부를 할 자신이 없어서, 도망을 쳤다. 그러다 운 좋게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 입학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교 1등까지 하던 아들이 갑자기 연기를 하겠다고 했을 때, 아버지는 “공부할 때만큼의 후원은 없다. 니가 알아서 해라”는 말만 하시고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주셨다고 한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시작하게 된 연기였다. 많을 때는 1년에 6~7편 씩 연극 공연을 하면서 꾸준히 연기력을 닦아왔다. 그 결과 영화 ‘패션왕’을 시작으로, 데뷔 1년 만에 영화 ‘성난 변호사’ ‘동주’ ‘감옥에서 온 편지’ ‘검은 사제들’에 연이어 출연하며 잠재력과 역량을 두루 인정받고 있다.
그럼에도 민진웅 스스로는 자신의 연기가 과연 괜찮은지 늘 의문을 던지고 있다고. 특히나 드라마 촬영 후 자신의 연기를 바로 모니터한 뒤에는 ‘정말 못 봐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심적인 부담도 많이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는 이는 역시나 절친한 동생 주원이다.
민진웅은 “‘용팔이’ 출연 소식을 접한 뒤 주원이랑 문자 메시지를 하면서 ‘ㅋㅋㅋ’만 백개 넘게 주고 받은 것 같다. 그러다 ‘나 진지하게 할 거다’ ‘먼저 웃는 사람이 지는 거다’라는 말을 했던 것 같다. 다행히 아직까진 진 사람이 없다”고 주원과의 일화를 전했다.
“얼마 전에 촬영을 하면서 주원이랑 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제가 집에서 쉬고 있을 때 뭐라도 해야 살고 있는 느낌이 들 것 같아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그래서 ‘패션왕’ 때와 8kg 정도 차이가 난다. 제가 먹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하니까 주원이가 그런 얘기를 하더라. 드라마 초반에는 힘들어서 살이 빠진 것도 있지만 일부러 조절을 하기도 했었다고.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군대 다녀와서 나이를 더 먹고 난 뒤 좀 더 날이 선 얼굴을 가지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고. 그 얘기를 듣는데 동생이지만 대견하더라.”
“패기 넘치게 사는 것이 좋고, 재미있게 산다는 말이 좋다”는 민진웅은 ‘패션왕’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 신주환과 무작정 제주도로 즉흥 여행을 떠나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많이 만난 일, 주원과 4시간씩 아무 생각 없이 걸어 다니며 스트레스를 푼다는 등의 이야기를 전하며 말갛게 웃었다. 또 같은 소속사 식구이자 대선배인 유해진과 우연히 만난 일을 설명하면서 유해진의 성대모사를 맛깔스럽게 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다.
그런 민진웅의 삶의 목표는 한 달에 15일 이상 일하는 것이다. 딱 15일만 일해도 성공한 것 같다는 것. 그만큼 일을 하는 것이 좋다 보니 일주일 이상 쉬면 힘이 들기 때문에 쉬지 않고 계속 일하고 싶다는 바람을 인터뷰 내내 피력했다. 적은 분량에도 출연할 때마다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키며 진정한 신스틸러로 등극한 ‘자유 영혼’ 민진웅.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출연작만큼이나 무궁무진할 그의 진짜 연기 인생에 응원을 전한다. / parkjy@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