붐은 심폐소생할 수 있을까.
일단 성공적인 신호탄이다. 방송인 붐이 두 번째 지상파 출연에서 발군의 예능감으로 맹활약하며 화려한 복귀를 알린 것. 틈이 생길 때마다 치고 들어와 유머러스한 멘트로 양념을 치고, 메인MC의 진행을 도우며 프로그램을 풍성하게 만들어냈다. ‘자숙’을 소재로 아픈 부분까지 과감하게 웃음으로 승화시키며 보는 재미를 더했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다.
언급 자체가 조심스럽고 민감할 수도 있었지만, 붐은 자신의 아픈 구석을 웃음을 위해 감춤 없이 드러냈다. 앞서 그는 도박으로 물의를 빚어 방송을 잠정 중단했던 상황. 자숙의 시간을 갖고 다시 복귀한 그는 MC들의 좋은 먹잇감(?)이 됐다. 하지만 당황하거나 의기소침해하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이내 특유의 밝은 에너지를 쏟아내며 웃음을 잡았다.
붐만의 독보적인 포지션이 있다. 메인 MC의 옆자리, 혹은 패널의 위치. 프로그램의 중심을 잡는 진행자의 바로 옆에서 웃음과 재미를 더하면서 진행을 풍성하게 만드는 조력자의 역할이다. 흐름을 끊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가면 ‘코너 속의 작은 코너’와 같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특화된 콘텐츠를 녹여내는 재주도 뛰어나다.
붐의 이 같은 장점은 지난 26일 방송된 SBS 추석 특집 프로그램 ‘심폐소생송’에서도 제대로 살아났다. 이 프로그램은 가수들의 앨범 속 타이틀곡에 선정되진 못했지만 명곡 반열에 들기에 부족함 없는 수록곡을 함께 감상하고 추리하는 콘셉트의 특집.
이날 그는 MC가 아닌 패널로 프로그램에 출연했지만, MC 못지않은 분량을 확보해내며 프로그램이 심폐소생 하는데 일조했다. 재빠른 눈치로 프로그램의 흐름을 읽고 출연자들과 적절하게 어우러지며 분위기를 이끌고, 재치와 입담으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맛깔나게 살려낸 것.
앞서 붐은 올해 1월 KBS2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나비효과’를 통해 조심스럽게 지상파에 발을 들였다. 이후 MBC 에브리원 ‘천생연분 리턴즈’와 ‘비밀병기 그녀’를 거쳐 이번 SBS 파일럿 예능프로그램으로 다시 한 번 지상파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붐은 ‘전문 예능인’으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심폐소생송’ 자체도 호응을 얻고 있다. 기존의 음악 예능과 같으면서도 다른 행보를 보이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한 것. 특히 첫 방송에서는 무려 13년 만에 7인조 완전체로 컴백한 클릭비의 모습을 공개, 프로그램의 취지에 걸맞은 감동을 선사하며 정규 편성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도 했다. 단순히 명곡을 소개하는 방송이 아닌, 옛 노래와 얽힌 향수를 자극시키는 역할을 한 것이다.
한편 ‘심폐소생송’은 2부작으로 26일에 이어 28일 방송을 끝으로 종영한다. 하지만 프로그램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기대 이상의 시청률로 보아 정규 편성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다./joonaman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