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톡] '잉여', 정규 편성 잡기 위한 필수조건 셋
OSEN 권지영 기자
발행 2015.09.28 10: 41

노홍철이 나선 MBC 추석 특집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정규 편성될 수 있을까. 최소 생계비로 유럽 여행을 떠난 노홍철과 청춘들이 체코 프라하를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 다소 빈곤하게 여행을 즐기는 모습을 통해 보여준 담백한 맛의 이 프로그램이 매주 시청자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지난 27일 방송된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제작진의 별다른 개입 없이, 5명의 출연자가 돈을 벌어가며 여행을 이어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자숙했던 노홍철의 복귀 프로그램으로 주목받은 만큼, 웃음보다는 진솔한 모습으로 시선을 끈 이 프로그램이 정규 편성의 벽을 넘기 위해서는 몇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복귀 노홍철, 부정여론 극복할까 

이 프로그램은 노홍철이 함께 하긴 했지만 전면에 나서진 않았다. 노홍철은 청춘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는 조언자의 역할을 한 것. 이날 노홍철은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베를린으로 가는 히치하이킹에 성공한 후 네덜란드인에게 “운전면허 취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노홍철은 “큰 실수를 했다. 음주운전 후 모든 것을 잃었다”라고 영어로 말했다. 그는 “음주운전 절대 하지마”라고 충고했다. 
이처럼 자연스럽게 그의 속내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이어졌다. 노홍철은 “그 일이 벌어진 후(음주운전) 어떤 연예인 형이 날 너무 걱정하더라. 괜찮다고 했지만 불안했던 것도 있다”라고 말했다. 노홍철은 “그 형은 일을 잘 하고 있는 형이다. 그 형은 그런데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해 한다. 그래서 잘될 것이라고 말하는 조언이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노홍철은 “예전에는 나도 잘될 것이라고 응원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젠 잘돼 있는 사람이, 나랑 환경이 다른 사람이 잘될 거라고 말하면 그게 들릴까 싶다”고 긍정적인 성격이 변했다고 털어놨다.
노홍철은 본인의 과오를 끊임없이 언급하면서 '인간' 노홍철의 속내를 꺼냈다. 이는 어쩔 수 없이 방황하는, 혹은 스스로 방황을 선택한 청춘들과의 수다가 곁들어진 여행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시청자들의 몫이다. 그의 복귀를 불편하게 여기는 이들은 언제나처럼 힐난할 것이고, 그를 다시 보길 원했던 시청자들은 이번 출연이 한없이 반가울 터다. 
# 담백한 이맛, 웃음 강화 가능할까 
1부가 공개된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가공이 많이 들어간 여행 예능, 즉 제작진이 출연자를 쥐고 짜서 극한의 상황에 놓이는 여행 예능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심심한 구성이었다. 때문에 노홍철의 예능감을 볼 기회는 적었다. 아무래도 예능적인 재미를 만들기 위한 구성이 아닌 까닭에 노홍철은 청춘들과의 여행에 몰두했고 큰 재미를 만들어내지는 않았다. 
일단 이들이 별다른 구성 없이 유럽 곳곳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눈길은 끌었다. 큰 긴장감이 생기지 않는 구성은 누군가에게는 취향 저격일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취향 반감일 수도 있다. 호불호가 엇갈리는 구성이다. 인위적인 재미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이 여행의 의미를 찾는데만 집중해야 할 것이고, 가공된 장치가 신물이 난 이들에게는 소소한 즐거움에 웃음이 터질 것이다. 
웃음을 떠나 이 프로그램이 여행을 통해 공감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기획 의도는 어느 정도 안방극장에 잘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험난한 여행을 하며 주고받은 대화에는 청춘들의 고민이 담겨 있었고, 서로의 견해 차이로 인한 작은 삐걱거림이 있었다.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열린 구성을 띤 것이나 다름 없었다. 함께 고민을 하자고, 함께 위로를 하자고 손을 내밀었기에 취향 저격 혹은 취향 반격으로 극명하게 갈리는 분위기다. 
# 누울 자리 어디, 기존 예능과의 싸움
정규 편성이 된다면, 어디로 갈까. 현재 MBC 예능프로그램 가운데 목요일 밤 11시대 방송되는 '경찰청 사람들'은 2~3%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1990년대 한국의 사회상을 담아내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경찰청 사람들'이 20여 년 만에 부활했지만, 이전과 같은 화제성과 시청률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금요일 밤 10시에 방송되는 '세바퀴'도 마찬가지다. 최근 새단장한 '세바퀴'는 SBS '정글의 법칙'의 장기 집권에 4~5%대 시청률에 머물며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에 새로운 그림의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 기존 예능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할지 관심이 쏠린다. 예능의 빠른 전개 방식을 지양한 이 프로그램은 다큐멘터리에 자막을 입힌 듯, 다큐멘터리와 예능프로그램 중간점을 보는 듯 해 오히려 신선했다는 평이 있다. 새로운 형식의 이 프로그램이 시청자와 소통할 기회를 잡을지 관심을 끈다. /jykwon@osen.co.kr 
[사진]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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