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녀석’은 다시 ‘노홍철’로 불릴 수 있을까. 방송에서 이름을 언급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던 노홍철. 그가 추석 연휴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MBC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으로 시청자들을 찾았다. 일각에서는 그의 복귀시기를 두고 ‘아직 이르다’거나 ‘자숙의 시간이 짧다’는 등의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쌍수 들고 그의 컴백을 환영하는 이들도 사실은 적지 않았다.
그의 복귀를 반대하는 여론은 ‘충분한 자숙의 시간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을 요지로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충분한 자숙의 기간이 얼마냐’고 되묻는다면 답은 쉽지 않을 터. 그만큼 기준은 모호했다.
이에 그가 이번 방송을 통해 얼마나 좋은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었다. 모호한 기준을 잣대로 들이댄 부정 여론은 충분히 흔들릴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등 돌린 일부 시청자들의 부정적인 시선을 일부라도 거둬냈다면 성공인 셈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본격적인 컴백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일단 이번 예능 출연 결과는 성공적. 그의 진심이 ‘리얼리티’를 만나면서 만들어진 시너지가 결정적이었다.
노홍철의 이번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출연은 지난해 11월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모든 방송에서 하차한 후 10개월만이었다. 그가 택한 방식은 ‘정공법’. 지난 27일 방송에서 그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음주운전 실수를 거론하며 청춘들과 공감어린 대화를 시도했다. 조심스럽고 민감한 부분이지만 자신의 아픈 구석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진솔하게 속내를 고백했고, ‘노홍철 다웠던’ 이 모습은 등 돌린 시청자들의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물론 뒤를 돌아 그를 다시 바라봐 줄지, 냉담한 뒷모습을 그대로 유지할지는 시청자들의 몫이다.
어쨌든 그는 최대한 솔직하게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애썼다. 이 프로그램은 최소 생활 경비로 유럽 여행을 하는 노홍철과 청춘들의 도전을 담는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까닭에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많았다. 노홍철은 이날 방송에서 평소 성격대로 솔직하고 진솔하게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탓했다. 그러면서 자숙하며 달라진 자신의 생각을 펼쳐놓기도.
방송 중 노홍철은 공짜로 차를 얻어 타고 가는데 성공한 후 네덜란드에서 왔다는 운전자가 운전면허가 있느냐고 묻자 “없다. 운전면허가 취소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큰 실수를 했다. 음주운전 후 모든 것을 잃었다. 음주운전 절대 하지 마”라고 충고했다.
굳이 묻지도 않은 음주운전 이야기를 꺼내며, 그는 어차피 자신이 방송 활동을 하는 한 계속 나올 이야기를 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후 노홍철은 “그 일이 벌어진 후(음주운전) 어떤 형이 날 너무 걱정하더라. 괜찮다고 했지만 불안했던 것도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예전에는 나도 잘될 것이라고 응원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젠 잘돼 있는 사람이, 나랑 환경이 다른 사람이 잘될 거라고 말하면 그게 들릴까 싶다”라고 긍정적이었던 성격이 변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친화력과 이를 바탕으로 한 특유의 적응력은 노홍철의 특장점이다. 또한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돌발 상황을 만들어가는 재미를 아는 방송인이기에 이번 방송에서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 감정에 호소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는 것도 노홍철에게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나오는 감동코드와 인간적인 면모가 ‘그 녀석’의 복귀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을까. 결과는 조금 더 지켜봐야 알 것 같다./joonamana@osen.co.kr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