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걸그룹 EXID는 아이돌 역사를 새로 썼다. 이렇다 할 반응 없이 활동을 접었던 노래 '위아래'가 2~3개월 뒤 음원 차트에서 1위에 오르는 '역주행' 신화를 이뤄 낸 것. 이런 눈부신 결과는 멤버 하니의 '직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팬들이 직접 찍은 하니의 무대 영상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EXID는 '대세 걸그룹' 대열에 들었다. 전무후무한 역사다. EXID는 '강제 소환', '역주행 신화' 등 새로운 수식어를 탄생시켰고 실제로 활동 종료 후 다시 음악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1위까지 따냈다.
그런 EXID의 뒤를 이어 최근 여자친구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지난 5월 강원도에서 열린 라디오 공개방송 무대에서 여자친구 멤버들은 비를 흠뻑 맞으며 '오늘부터 우리는'을 소화했다. 4분 남짓한 노래에서 멤버들은 무려 8번이나 넘어졌다가 일어났다.
춤을 추는 멤버들은 위태로웠다. 중심을 잃기 일쑤였고 마이크를 든 채 넘어져 부상의 위험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여자친구에게 또 다른 호재가 됐다. '직캠' 영상이 유튜브 사이트에서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고 미국의 타임지와 빌보드지, 영국의 데일리 메일과 미러 등이 여자친구의 '빗속 투혼'을 치켜세웠다.
스타로 가는 또 하나의 길이 개척된 셈이다. 이런 까닭에 무명 신인들은 열심히'직캠'을 노리고 있다. 자신들의 팬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즐기는 야외 행사가 주된 공략 장소. 누구보다 튀는 무대와 언행, 파격적임 몸짓으로 카메라를 씹어 삼킬 태세다.
최근 가장 '핫'한 '직캠 스타'는 걸그룹 밤비노의 은솔이다. 가을 축제 시즌인 요즘 밤비노는 여러 대학 축제에 초대됐고 터질 듯한 볼륨감과 섹시 퍼포먼스로 보는 이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그의 무대 영상을 담은 '직캠'은 하니를 넘어서는 조회 수로 남성 팬들 사이에서 화제다.
지난 6월 '오빠오빠'로 데뷔한 밤비노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다. 자신들의 노래는 알리기 힘들지언정 이들이 재해석한 EXID의 '위아래', 유재석-박진영의 '아임 쏘 섹시', 제이슨 데룰로의 '위글', 마크 론슨의 '업타운펑크' 영상은 현장 관객들은 물론 '직캠'으로 접한 누리꾼들마저 들썩이게 한다.
밤비노의 섹시 퍼포먼스는 세다. 방송에 비해 상대적으로 너그러운 '직캠' 세계이지만 과도한 섹시 퍼포먼스는 선정성 논란으로 번질 위험이 있다. 밤비노는 파격과 섹시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요즘 웬만한 행사에는 기자들 못지않은 장비를 갖추고 무대 위 스타를 찍는 이들이 많다.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고, 더 빠르게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직캠'은 찍는 이들과 찍히는 이들에게 '윈윈'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이를 남용하거나 과한 노림수를 던진다면 '직캠 신화'는 금방 질릴 수도 있다.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노출 무대에 도리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신인들의 현명한 선택이 더욱 필요할 때이다. /comet568@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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