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위대한 유산’ 부모님 안부전화 부르는 기특한 예능
OSEN 정준화 기자
발행 2015.09.29 06: 45

 부모님께 전화 드리게 만드는 예능이다. 추석 연휴에 만난 MBC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위대한 유산'은 결국 우리의 가족이야기였다. 부활의 김태원, 래퍼 산이, 에이핑크 윤보미의 가정사로 방송이 채워졌지만, 그 속에 진하게 공감할 수 있는 우리의 모습이 보여 조금 더 뭉클하게 다가왔다. 
억지로 눈물을 짜내려는 신파적 코드 없이 진행되는 다큐멘터리 스타일. 이 구성이 현실감을 더하며 공감과 감동을 배가시키는 큰 역할을 한다. 프로그램 속 세 사람은 ‘스타’가 아닌 누군가의 아들과 딸, 아버지였고,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었다는 평. 어떤 메시지를 주입하려는 노력 없이 이들의 사연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바쁜 생활 속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반성케 한다.  
시작부터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강한 임팩트를 줬다. 방송 초반 평생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제대로 각인시켜준 것. 지난 28일 오후 방송된 ‘위대한 유산’은 김태원, 산이, 윤보미가 건강검진 결과를 받아드는 장면으로 시작 됐다.

마치 시한부 삶을 선고 받는 듯한 연출이었다. 의사는 이들에게 각 1개월, 3개월, 6개월의 시간이 남았다고 진단을 내린다. 물론 시한부 판정을 받은 것은 아니다. 이 시간은 세 사람이 평생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의 합계. 3개월 판정을 받은 윤보미의 경우 하루 평균 6시간을 자고, 12시간을 밖에서 보낸다. 나머지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낸다고 치면 평생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약 3개월 밖에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사실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충분했고, 이어진 세 사람의 가정사는 더욱 뭉클하게 다가왔다.  
김태원은 자폐증이 있는 아들과 첫 동거에 나서며 소통을 위한 눈물겨운 사투를 벌였고, 보미는 365일 슈퍼를 운영하는 부모님에게 특별한 휴가를 선사하고 대신 슈퍼를 맡았다. 산이는 IMF 경제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미국으로 이민을 가 고등학교 청소부가 된 아버지와 함께했다. 부모가 가족을 책임져온 생업 노하우를 자녀에게 전수하고, 자녀는 어설프더라도 최선을 다해 그 노하우를 이해하려 고군분투하며, 이 과정을 통해 부모와 자녀는 진심으로 소통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뭉클하게 그려졌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들 우현이와 시간 함께 무대에 설 생각으로 시간을 보내며 아들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김태원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이었다. 15년을 함께 살면서 (아들에 대해)너무 몰랐다는 것이 미안했다”고 자신을 반성하며 눈물을 흘렸고, 윤보미는 부모님의 슈퍼마켓을 맡아 하루를 보내며 일상을 공유하고 엄마와 더욱 가깝게 소통하며 엄마의 삶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산이의 이야기도 눈물샘을 자극했다. IMF시절 사업 실패로 미국으로 이민을 온 후 산이의 아버지는 15년간 한 고등학교에서 청소부로 일했다. 산이는 이날 아버지 대신해서 학교 청소부로 일하면서 아버지의 입장을 이해하게 됐고, 지난날의 오해를 풀게 됐다. 늘 밝은 모습만 보여주던 산이가 인터뷰도중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뭉클함을 자아내는 지점이었다. 
‘가족’과 ‘소통’, 그리고 ‘이해’를 프로그램에 제대로 녹여내면서 ‘위대한 유산’은 이번 추석 연휴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된 유산을 선물했다. 쏟아지는 시청자들의 호평 속에 이 프로그램이 정규로 편성돼 다시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joonamana@osen.co.kr
[사진] ‘위대한 유산’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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