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마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총출동해 시간을 채우는 방송에 질린 시청자도 있을 터다. ‘아이돌 육상 대회’ 등 매년 돌아오는 아이돌 프로그램에는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반응이 쏟아지는 것. 하지만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본업을 바탕으로 그간 방출하지 못했던 끼를 발산해 웃음을 선사한 ‘아이돌 전국 노래자랑’은 국민 MC 송해가 묵직하게 무게를 잡은 가운데 노래로 하나 되는 풍성한 한가위로 호평을 끌어냈다.
지난 28일 방송된 KBS 2TV 추석 특집 예능프로그램 ‘아이돌 전국 노래자랑’에는 각 지역을 대표하는 아이돌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각 아이돌들은 각자 개성을 돋보이게 하는 분장을 하고 예심전에 참가했다. 아이돌 가수로 데뷔한 이들이기 때문에 검증된 가창력 보다는 웃음에 중점을 둔 심사 과정에서, 신인 아이돌들은 조금이라도 더 눈에 띄기 위한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기상천외한 콘셉트부터 다양한 개인기까지, 아이돌그룹들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던 이 프로그램은 웃음에 반전도 안겼다.
이날 전라도 대표로 참가한 B1A4는 이들은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교복 콘셉트로 무대에 서 ‘해뜰날’을 열창했는데, 이들은 노래 중간 강렬한 비트로 분위기를 전환해 아이돌 특유의 칼군무로 무대를 휘어잡아 시선을 사로잡았다. 또 보이시한 스타일링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는 에프엑스 엠버가 긴 머리 가발을 쓰고 이정현의 ‘와’를 부르거나 비투비 멤버들이 금도끼 은도끼로 분해 몸을 던져 코믹 연기로 좌중을 폭소케 한 후 보인 수준급 가창력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또 아이돌의 조상이라 볼 수 있는 신화의 전진은 신곡 ‘와우와우와우’의 홍보를 위해 예심에 참가, 본인의 곡을 수능 금지곡이라고 말하며 ‘루낑엣츄’를 열창해 큰 웃음을 안겼다. AOA 멤버들이 송해를 위한 노래를 만들어 나와 애교를 한껏 부리는 모습이 흐뭇한 미소를 번지게 하기도 했다. 또 강남과 잭슨은 여장을 하고 무대에 선 파격적인 모습으로 이날 우승을 차지하는 등 그간 쉽게 볼 수 없던 아이돌들의 장기자랑이 시선을 끌었다.
특히 35년 동안 ‘전국 노래자랑’을 진행하고 있는 송해가 있어 이 프로그램이 더욱 빛났다. 전국민의 오빠인 송해는 “전국 노래자랑”을 외치며 무대를 이끌었고, 아이돌 가수들이 가져오는 각 지역 음식을 맛있게 먹으며 행복한 표정을 짓거나, 이들의 가발을 직접 써보며 웃음을 유발하고, AOA 초아의 뽀뽀에 푸근한 할아버지 미소로 화답하는 등의 활약으로 자칫 중구난방이 될 수 있는 ‘아이돌 전국 노래자랑’을 한데로 이끌었다.
이처럼 ‘아이돌 전국 노래자랑’은 명절에만 만날 수 있어 더욱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자신이 응원하는 그룹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어 즐거운 팬에게도, 익숙한 노래를 부르는 새로운 가수를 접할 수 있어 신선한 시청자에게도 다양한 볼거리를 안겼다는 평이다. ‘아이돌 전국 노래자랑’은 각종 음악 프로그램이 유행하는 가운데서 수준급의 무대는 탄생하지 않았지만, 가족과 함께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명절 프로그램으로서의 제 역할을 해냈다./jykwon@osen.co.kr
[사진]‘아이돌 전국 노래자랑’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