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20년이다.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락밴드로 이름을 알린 YB밴드 멤버들이 함께 한 세월을 뜻한다.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가족처럼 티격태격 싸우다가도 서로에 대한 애틋함을 드러내고 노래할 때는 한치의 오차도 없는 호흡을 자랑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함께 하고 있음에 감사함을 느꼈다.
지난 28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500인’(이하 ‘힐링캠프’)에는 YB밴드가 메인 토커로 등장했다. 이들은 방송 초반부터 연륜이 느껴지는 입담과 숨겨왔던 예능감을 마음껏 펼치며 MC 김제동을 쥐락펴락했다.
이날 방송은 YB의 탄생부터 해체, 그리고 현재까지 모두 엿볼 수 있었다. 멤버들은 각자 첫인상이 어땠냐는 김제동의 질문을 받고 20년 전 과거를 떠올렸다. 특히 밴드를 결성하기 전 막노동을 하고 있었다고 밝힌 김진원은 “낮에는 아파트 공사장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드럼 연습을 했다. 그 일도 드럼을 치기 위해서 한 거였다. 밤에 텅 빈 운동장에서 연습을 하다가 쫓겨난 적도 있다”라고 고백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윤도현 또한 박태희를 “같이 팀을 해보니 정말 착하고 성실한 친구였다"라고 표현한 뒤 ”"처음 같이 밴드를 할 때 이 친구가 베이스를 배운지 6개월 밖에 안 된 상태였다. 연주를 훌륭하게 한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정말 20년 동안 매일 같이 하루도 쉬지 않고 연습해서 거북이처럼 천천히 성장했다“라고 덧붙이며 애정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멘트를 남겼다.
아무리 20년 우정을 자랑하는 YB밴드라고 해도 항상 웃을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깔끔한 스타일의 김진원과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고 모아놓은 버릇을 가진 박태희가 충돌한 것. 이에 싸움을 말리던 윤도현이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으로 깨진 유리병에 발을 다치며 싸움이 마무리됐다는 허무한 일화에 김제동과 관객들도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이어 윤도현은 YB가 잠시 해체했었던 지난 2000년을 허심탄회하게 해체하며 그간 말하지 못했던 속내를 드러냈다. 생계가 불안할 정도로 적은 수입과 멤버들 간의 문제 등이 음악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 것. 그는 "그 때는 모두가 '음악을 이대로 관둬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진짜로 음악을 놓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불안했었다"라며 "지금 이렇게 다시 뭉치고 음악을 하며 이런 저런 일들을 겪었지만, 지금 이 시간에 있기 위한 과정이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결국 그 당시의 아픔마저 지금의 YB밴드를 있게 한 성장통에 불과했다는 말이다.
이날 YB밴드는 히트곡 ‘잊을게’, ‘사랑했나 봐’, ‘나는 나비’ 등을 부르며 500명의 관객들과 소통했고, 심지어 방송 말미에는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전인 ‘스무살’을 라이브로 선보이며 환호를 이끌어냈다. 이처럼 YB밴드는 꾸밈과 욕심 없이도 노래하는 모습 자체로 20년간 쌓아온 연륜과 깊이를 증명했다.
한편 '힐링캠프-500인'은 김제동을 비롯한 시청자 MC 500인이 마이크를 공유하며 '메인 토커'로 초대된 게스트와 삶과 생각을 공유하는 '공개 리얼토크쇼'로 새 발걸음을 내디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힐링캠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