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노홍철은 타고난 듯한 '무한 긍정남'이었다. 과거 여러 방송을 통해서 "여러분, 하고 싶은 일 하세요~"라고 외치며 사람들에게 밝은 에너지와 웃음을 선사했던 '긍정의 아이콘'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벌어진 음주운전 사건이 그를 어둡고 의기소침하게 만들었다. 목소리 톤도 한층 낮아졌고, 차분해졌다. 하지만 동유럽에서 서유럽으로 횡단하면서 잠자고 있던 긍정의 세포가 하나둘씩 깨어났다. 하루 하루를 살며 '럭키가이'의 면모가 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28일 오후 방송된 MBC 추석 특집 파일럿 예능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하 잉여)에서 유럽 무전 여행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삶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진 노홍철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10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낸 노홍철은 자신의 이야기보다 남의 말에 집중하길 원했다. '무한도전'에서 보여줬던 '사기꾼' '돌+I'는 온데간데 없었다. 동생들과 갈등을 빚었더라도 이해하고 대화로 풀어나가려 애썼다. 저 깊은 곳에서부터 진정성이 배어나온 듯했다.(물론 과거의 노홍철이 가식적이었다는 말은 아니다.)
노홍철은 "예전에는 나도 잘 될 것이라고 응원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젠 잘 돼 있는 사람이, 나랑 환경이 다른 사람이 잘 될 거라고 말하면 그게 들릴까 싶다"며 긍정적인 성격이 변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상황이 어려운 사람이 성공한 사람의 응원과 위로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됐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럼에도 노홍철은 밝고 건강했다. 차를 얻어타기 위해 길 위에서 2~3간을 보내고, 공항에서 운 좋게 생수를 득템하면서 본연의 밝은 모습이 살아났다. 그의 모습을 기다렸던 시청자들에게 반가움을 안겼다. 그는 차를 타게 해준 운전자에게 "내가 음주운전을 하며 모든 것을 잃었다"고 시키지도 않던 자기 디스를 해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그는 또 자신의 뜻을 내세우기보다는 동생들의 의견을 존중해주며, 힘든 상황을 버티면서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멤버들은 마지막 하루를 남겨 놓고 최종 목적지로 가기 위한 여행경비 21만 7천원이 부족했다. 노홍철은 파이팅 있게 끝내자면서 생산활동을 제안, 자신의 물건을 파는 벼룩시장과 료니의 초상화 서비스를 열었다. 결국 27만 9천원을 벌면서 기적을 이루어냈다. 멤버들은 포르투갈 호카곶에 도착하며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꼈다.
노홍철은 이번 여행을 통해 함께 떠난 동생들에게서 과거의 자신을 찾으면서 앞으로 힘든 상황을 극복할 힘을 얻었다. 뿐만 아니라 느리게 가더라도 앞으로 어디로 향해야하는지 방향 감각을 찾았다. 방송 복귀 신호탄을 쏘아올린 동시에 본연의 긍정 마인드를 되찾았다는 점에서 이번 유럽 무전 여행은 충분히 성과가 있었다./ purplish@osen.co.kr
[사진]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