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의미 있는 나이다. 1996년 부산 남포동에서 출범한 국내 최초의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한국 영화 산업이 침체기에 빠져있던 시기, 부흥을 위해 태동한 이후 20년의 긴 시간을 거치며 성숙해졌고, 이제는 국내는 물론 아시아와 세계가 주목하는 영화제로 성장했다.
‘BIFF’의 스무 번째 생일을 맞아 걸어온 길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미약했던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성장 과정을 짚어봄으로써 이 영화제가 한국 영화 사업 발전에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지 다시 한 번 느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20주년을 맞은 이 영화제는 어떤 점이 특별한지 살펴봤다.
# BIFF, 어떻게 탄생했나요?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 영화의 발상지인 부산을, 영상문화의 중앙 집중에서 벗어나 지방 자치시대에 걸맞은 문화예술의 고장으로 발전시키고자 기획된 영화제다. 1996년 출범한 부산국제영화제 개국공신은 김동호 현 명예집행위원장과 이용관 집행위원장 등이다. 1회부터 15회까지 집행위원장직을 맡은 김동호 전 위원장은 부산을 영화도시로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현 집행위원장은 이용관이며 16회부터 단독으로 해당 직책을 맡아왔다.
1996년 4월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의 사단법인으로 설립된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가 영화제 운영을 맡고 있으며, 조직위원장은 부산광역시장이 당연직으로 맡고 있다. 행사 프로그램은 '아시아 영화의 창', '새로운 물결', '한국영화 파노라마', '월드 시네마', '와이드 앵글', '오픈 시네마', '특별기획 프로그램' 등 7개로 짜여 있다. 기본적으로 비경쟁 영화제를 추구하지만 '새로운 물결' 부문만은 경쟁 프로그램이다.
시작은 미약했다. 31개국 169편의 작품을 초청하며 출발을 알렸다. 초청자수는 27개국의 224명에 불과했다. 이후 2회에는 초청자가 450명으로 2배 가까이 크게 늘었다. 부산을 찾은 스타들의 네임벨류도 높아졌다. 홍콩 배우 양조위, 일본의 배우 겸 감독 기타노 다케시, 영국배우 제레미 아이언스 등이 참여했다. 영화제는 갈수록 성황을 이뤘다. 3회부터는 200편을 넘겼고, 초청자도 5회 만에 15배 가까이 늘어나 3000명을 돌파했고, 월드컵이 개최된 해인 2002년에는 5000명을 넘겼다.
회릅 거듭하며 성장해나간 이 영화제는 2011년 지역 명 로마자 표기의 통일성을 기하기 위해 BIFF(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로 영문 표기를 변경하기도 했다.
# 류승완·홍상수·윤종빈·임상수, ‘부국제’가 낳은 거목들
영화제가 한국 영화 산업에 본격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는 부분은 가능성 있는 젊은 영화인을 발굴해 주목받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일일 것이다. 가치 있는 영화인들에게 주목해 그들이 커 나갈 수 있도록 투자를 유치에 도움을 주고, 양질의 콘텐츠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일. 어찌 보면 영화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수확일지도 모른다.
‘BIFF’의 수혜자로는 영화 ‘베테랑’의 류승완 감독, ‘범죄와의 전쟁’의 윤종빈 감독, ‘생활의 발견’의 홍상수 감독, ‘하녀’의 임상수 감독 등이다.
이들은 부산과의 인연을 통해 업계의 주목받는 감독으로 떠올랐다. 5회 영화제에서 류승완 감독이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집중조명을 받았고, 윤종빈 감독은 2005년 ‘용서받지 못한 자’로 상을 휩쓸며 부산의 스타가 됐다. 임상수 감독과 홍상수 감독 또한 일찌감치 부산에서 가치를 인정받으며 제작자들과 투자자들을 주목시킨 바다.
올해는 어떤 영화인이 주목 받을지 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스무 살이 된 ‘부국제’ 무엇이 달라졌나
이렇듯 ‘BIFF’는 확실하게 브랜드로 자리 잡으며 한국 영화 산업에 크게 이바지해오고 있다. 그렇다면 20주년을 맞은 이번 영화제는 어떤 점들이 달라졌고, 어떤 특별한 점들이 있을까.
올해 영화제는 석 달 전 영화제의 공동 집행위원장이 된 배우 강수연의 합류로 더 내실 있어지고 새로운 시도도 늘어난 모양새다. 새로운 작품과 감독 발굴에 크게 신경을 썼고, ‘마켓’에도 공을 들였다. 또한 20주년을 맞아 '아시아영화 100' 특별전을 준비하기도 했다.
이번 영화제의 개막작은 인도에서 독립영화제 작가로 주목받고 있는 모제즈 싱의 감독 데뷔작 '주바안(Zubaan)'이 선정됐다. 신인 감독의 데뷔작을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하는 것은 국내외를 통틀어 매우 이례적인 일. 이는 아시아의 신인감독들을 발굴하는 것에 더욱 힘쓰기 위함이다.
올해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마켓이다. 10주년을 맞은 아시아 필름마켓과 함께 신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론칭해 영화제 기간 내 10월 3일부터 6일간 해운대 벡스코 등지에서 개최될 예정.
20주년을 맞아 준비된 '아시아영화 100' 특별전도 기대를 모은다. 전문가들이 선정한 '위대한 아시아영화 100편과 감독 100인'을 통해 아시아영화 유산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편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간 부산 일대에서 열린다. 75개국에서 초청된 영화 304편이 해운대와 센텀시티, 중구 남포동 등 6개 극장 35개 스크린에서 관객들과 만난다./joonaman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