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누구니’가 예능가의 트렌드인 ‘쿡방(COOK+방송)’과 가족 예능을 접목한 포맷으로 의외의 ‘꿀잼’을 선사했다. 정규 편성을 고려한 프로그램이라기보다 추석 연휴를 맞아 편성된 파일럿인 만큼 다소 산만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지만,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터지는 웃음과 출연자들의 예능감이 재미를 이끌어낸 것.
지난 28일 방송된 SBS 추석 예능 프로그램 ‘K밥스타-어머니가 누구니?’(이하 ‘어머니가 누구니’)는 추석을 맞아 어머니 혹은 아내의 정이 가득 담긴 집밥 레시피를 자식 혹은 남편들이 전수받아 직접 요리해보는 경연 프로그램이다. 이에 전현무와 최현석이 MC로 나섰고 추성훈, 김보성, 이혜정, 이지현, 후지타 사유리, 로이킴이 가족과 함께 출연해 요리 대결을 펼쳤다.
앞서 언급했듯이 ‘쿡방’과 가족 예능 그리고 경연 방식의 만남은 기대만큼 신선했지만 여러 가지 포맷을 합한 탓인지 산만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특히 엄마가 스튜디오 한편에 마련된 방 안에서 오로지 말로만 요리를 지시하는 방식은 요리에 집중해야할 도전자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집중도를 오히려 흐트러지게 만들었다.
또한 엄마들이 100초 동안 요리 과정을 볼 수 있는 '보여줘 찬스'와 직접 요리에 참여할 수 있는 '들어가 찬스'에서는 약속된 시간을 어기고 막무가내로 밀어부치는 엄마들의 반칙과 요리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모습으로 답답함만을 자아냈다.
그럼에도 ‘어머니가 누구니’를 보고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데에는 크게 세 가지 요소가 작용했다. 첫번째는 모녀 혹은 모자, 부부가 합심해서 요리를 완성해나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웃음 코드였다. 특히 이날 소 꼬랑지탕과 주먹밥에 도전한 추성훈이 쉴 새 없이 잔소리를 늘어놓는 모친에 참다못해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볼테니 제발 조용히 하십시오"라고 소리치는 모습에 MC들을 비롯한 패널들 또한 웃음이 터졌다.
37년차 부부 이혜정·고민환 부부와 3년차 부부 이지현·김중협 부부가 대결을 펼친 3라운드에서는 가족 간 대결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알콩달콩 질문하고 답하던 초반과는 달리, 요리가 진행될수록 티격태격하는 부부의 모습이 공감대를 높이면서도 친숙함을 느끼게 한 것.
두 번째 재미 요소는 바로 전현무와 최현석의 재치 있는 입담이었다. 이미 tvN '수요미식회'를 통해 MC와 출연자로 만난 인연이 있는 두 사람은 이번에도 역시 매끄러운 진행과 적절한 타이밍에 치고 빠지는 화법으로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특히 이번이 최초의 MC 도전이었던 최현석은 기대 이상의 역량을 보여주며 호평을 받았다. 요리와 예능이 만난 프로그램인‘어머니가 누구니’야 말로 그가 MC로서 본업인 요리와 뛰어난 예능감을 발휘하기에 적격인 프로그램이었던 것.
마지막으로는 가족이 팀을 이뤄 요리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감동 포인트를 꼽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유독 모친의 도움 받기를 꺼려했던 추성훈은 "열심히 만들었는데 30년 동안 먹었던 어머니의 맛이 아니다"라며 "도움 안 받고 열심히 해보고 싶었다. 역시 어머니가 잘 하신다"고 이유를 밝히며 훈훈한 분위기를 형성, 김보성을 제치고 승리를 차지했다.
이는 이혜정·고민환 부부의 경우도 마찬가지. 남편 고민환은 아내 이혜정에게 "37년 동안 다양한 음식을 얻어먹어만 왔는데 이 자리를 빌어서 아내에게 고맙다는 얘기를 꼭 하고 싶었다"라며 감쳐왔던 속내를 고백해 훈훈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이처럼 ‘어머니가 누구니’는 다소 산만한 포맷에도 불구하고, 재미와 감동 요소를 적절히 조화시킨 방송으로 시청자들로부터 나쁘지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부족한 부분을 보강한 뒤 정규 프로그램으로의 편성을 바란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상태. 과연 이들의 기대처럼 ‘어머니가 누구니’가 안정적으로 정규 편성의 대상에 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SBS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