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동안 지상파 3사는 앞으로 적어도 1년을 먹여 살릴 보석을 찾기 위해 예능프로그램들을 쏟아냈다. 추석 안방극장을 시험대로 활용, 정규 편성 문을 두드린 것. 올 추석은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의 큰 성공으로 다양한 노래 예능프로그램이 방송된 가운데, 각각의 특색을 가진 파일럿 예능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과 만났다.
# MBC, 치열한 내부 경쟁 누가 기회를 잡을까
예능 명가 MBC는 이번에도 음악 프로그램, 리얼 예능프로그램,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등 다양한 종류의 예능을 내놓았다. 일단 노홍철의 복귀작으로 유명세를 치렀던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청춘들이 최소한의 경비를 가지고 유럽 여행을 하는 과정을 담백하게 담았다. 청춘들이 고난의 여행을 하며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는 모습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구성 자체가 다소 밋밋할 수밖에 없어 큰 재미는 없었고, 시청률 역시 야밤에 한 까닭에 높진 않았다.
1990년대 가수들을 불러 모았던 ‘어게인 인기가요 베스트50’은 지난 해 열풍을 일으켰던 ‘무한도전’의 ‘토토가’ 특집을 연상하게 했다. 다만 다소 노후한 구성과 노래를 듣고 추억을 향유하는 구성임에도 중간 중간에 청취를 방해하는 요소가 있어 아쉬웠다. 정규 편성이 된다면, 출연 가수의 숫자를 줄이고 촌스러운 구성을 보완하는 게 필요할 듯 보인다.
아이돌 가수와 일반인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듀엣가요제 에잇플러스’는 듣는 즐거움이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노래 경연의 박진감과 참가자들의 열정이 묻어나며 기대 이상의 재미를 선사했다. 특히 마마무 휘인이 만든 반전의 무대는 다음 날 크게 화제가 됐다.
가족 예능인 ‘위대한 유산’은 예상대로 감동을 안겼다. 가족을 책임진 부모의 직업을 체험하며 부모와 자녀가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는 구성을 띠었다.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눈물이 날 수 있는 가족에 대한 사랑을 전면에 내세운 ‘위대한 유산’. 부모의 직업을 체험해 몰랐던 책임감을 깨닫고, 위대한 유산인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을 물려준다는 점에서 기존 가족 예능과의 차별점이 있었다.
'능력자들'은 일명 '덕후'라고 불리는 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출연하는 구성. '무한도전', 치킨, 오드리 헵번, 사극 마니아들이 출연해 관심 능력치를 뽐냈다. 전문가 수준의 '덕후'들을 지식인으로 여기며, 이들의 신기한 능력을 만나는 흥미가 있었다. 주변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은 이들이 함께 해 털어놓는 이야기는 생경한 그림에서 나오는 즐거움을 안겼다.
# KBS, 호불호가 엇갈리는 구성..당신의 선택은?
3년 만에 KBS로 돌아온 아나운서 출신 전현무를 내세운 ‘전무후무 전현무쇼’는 재기발랄한 구성으로 시선을 끌었다. 국내 지상파에서 새롭게 시도되는 1인 미니멀라이즈 방송으로 최저 예산, 최소 세트, 열린 포맷, 1인칭 전지적 전현무 시점이라는 색다른 콘셉트를 지향했다. 이에 따라 한 회가 토크쇼, 야외 VCR, 전현무가 직접 진행하는 뉴스까지 기상천외한 구성으로 진행돼 ‘병맛 개그’의 묘미가 있었다. 다만 호불호가 엇갈리는 구성이라 정규 편성이 되려면 안정적인 재미를 찾는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3개월 만에 다시 정규 편성의 문을 두드린 ‘네 멋대로 해라’는 스타들의 패션을 조언하는 구성. 지난 방송과 달리 화려해진 스튜디오에서 벌어지는 일에 집중, 시선 분산을 최대한 막아 몰입도를 높였다. 이에 매일 아침 옷장 앞에서 고민하는 시청자와 빠르게 공감대를 형성, 시행착오 속 허둥대는 스타들의 모습에서 웃음을 선사하고 전문 패널들의 정보까지 제공하면서 시선을 끌어당겼다. 다만 패션 자체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어내기에는 보편적이진 않아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여우사이’는 그간 보이는 라디오로도 쉽게 볼 수 없던 라디오 준비 과정과 생방송에 바짝 긴장한 스태프는 물론, 전화 연결한 청취자들이 직접 보내준 영상, 또 실시간으로 라디오를 듣는 청취자들의 댓글까지 모두 담기면서 보다 풍성한 그림을 완성했다. ‘감성변태’ 유희열과 ‘4대천왕’ 정형돈, 또 ‘B급 감성’ 유병재의 호흡은 라디오라는 공간 속에서 보다 인간적이고 따뜻한 웃음을 유발했다. 생동감이 넘치는 웃음이 장점이었다.
#SBS, 추석 최대 히트작 ‘심폐소생송’
이번 추석 최고의 화제성은 역시나 노래 프로그램이었다. ‘심폐소생송’은 가수들의 옛 앨범 속 고이 잠들어 있는 숨은 명곡을 또 다른 가수들이 원곡 그대로 소화하며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는 구성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패널들의 역할 분배와 재미 요소만 좀 더 보강한다면 '심폐소생송'은 충분히 정규 편성될 가능성이 있다. 자극적인 재미만 따르는 게 아닌 명곡을 즐길 여유와 공감할 추억을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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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사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