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의 20번째 생일은 유독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생일파티는 시작, 이제는 오롯이 축제를 즐길 일만 남았다.
외압 논란, 예산 삭감 논란 등으로 몸살을 앓아야 했던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오는 10월 1일부터 그 스무번째 생일파티를 시작한다.
무엇보다 지난해 '다이빙벨'로 시작된 외압 논란, 예산 축소 등의 진통을 겪어왔던 BIFF이기에 논란을 훌훌 텉어버리고 영화 축제에 집중한 BIFF의 스무번쨰 축제가 유독 영화 팬들의 반가움을 자아내고 있다.
논란은 지난해 BIFF, '다이빙벨' 상영에서부터 시작됐다. '다이빙벨'은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 알파잠수기술공사의 이종인 대표가 침몰한 세월호 앞에서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 제19회 BIFF 와이드앵글-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에 초청됐으나 세월호 일반인 유가족들의 상영 금지 요청과 상영 철회를 요구한 부산 시장의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BIFF 측은 그럼에도 '다이빙벨' 상영을 강행했다. 상영 철회 요구가 나오자 영화인들은 "영화제의 자유"를 외치며 즉각 반박했고, BIFF 측 역시 동일한 의견으로 '다이빙벨'의 상영을 결정했다.
그렇게 마무리되는 듯 했던 '다이빙벨' 논란은 BIFF 예산 삭감과 집행위원장 사퇴 권고 등의 사실이 알려지면서 '외압 논란'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부산시가 BIFF 집행위원회를 지도·점검, 비리와 부패가 있었다면서 이용관 BIFF 집행위원장에게 사퇴를 권고한 것. 또한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측은 매년 BIFF에 지원하던 예산을 14억 6천만 원에서 8억 원으로 삭감해 논란은 불붙게 됐다.
부산시와 영진위 측에 반발한 BIFF가 목소리를 높이면서 대립은 심화되는가 했으나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공동집행위원장을 제안하면서, 그리고 배우 강수연이 공동집행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흔들렸던 20회 BIFF는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진통 속에 공동집행위원장 체제로 그 성년식을 준비한 BIFF는 그 어느 해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BIFF 측은 최근 열린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20주년이라고 해서 특별한 행사를 하고픈 마음은 없었다. 얼마 전 있었던 일련의 사태 이전부터 많은 분들께 말씀드린 것이다. 모양새를 갖추는것 보단 성숙한 모습을 보여리고 겸손한 마음으로 조용한 20회를 치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앞서 논란을 의식한듯 강수연 공동집행위원장은 "여러분들이 뭘 우려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고 그런 일 때문에 시끄러운 잡음이 많았던것도 알고 있다. BIFF는 1회 때부터 그런 문제들을 겪어왔다. 세계적인 영화를 갖고 오다보면 자국 정치 때문에 망명 떠난 감독, 자국 검열 때문에 상영 금지된 영화 등 그런 여러 나라의 감독들의 영화를 틀어왔다"라며 "BIFF가 20회만에 세계적으로 인정받은건 개의치않고 영화 완성도, 예술성으로 골라서 인정받았다고 생각한다. 이 방침은 변함 없고 우리는 어떠한 정치, 검열도, 어떠한 자국의 법적 조치와도 상관없이 영화 완성도를 가지고 판정할 것이다"라고 자신있게 말하기도 했다.
이렇게 공동집행위원장의 체제로 제20회 BIFF는 그 항해의 돛을 올릴 예정이다. 어느 때보다도 풍성하고, 내실이 꽉 찬 영화제를 예고하고 있어 BIFF를 둘러쌌던 아픔은 잠시 잊고, 영화의 축제에 몸을 맡길 시간이다.
한편 제20회 BIFF는 오는 10월 1일부터 10일까지 해운대와 영화의 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 trio88@osen.co.kr
[사진] 제20회 BIFF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