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한 드라마 ‘화정’은 선굵은 연기를 한 중견 배우의 묵직한 존재감 못지 않게 청춘 배우들의 뿌듯한 활약이 있었다. 이연희, 서강준, 한주완은 ‘화정’의 치고받는 정치 싸움의 중심에 서서 이야기를 이끌며, 사극이라는 쉽지 않은 도전을 제법 훌륭히 마쳤다.
지난 29일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화정’에서 세 사람이 연기한 정명공주, 홍주원, 강인우는 민초들을 위한 나라, 바른 정치를 꿈꾸는 개혁파였다. 이들은 초반 삼각관계로 얽혔지만, 정명과 주원이 혼례를 치른 후에는 정도를 걷고자 하는 같은 꿈을 가지고 정치 개혁에 앞장서는 연기를 펼쳤다.
‘화정’이 악인들이 끊임 없이 쏟아지며 갈등을 만들어가는 중에 이연희, 서강준, 한주완은 선한 구도의 중심에 서서 굵직한 연기를 하는 선배들과의 팽팽한 기싸움을 펼치는 연기를 수행했다. 김이영 작가는 말끝을 빼거나, 연결어미를 강조하는 대사체를 통해 사극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세 배우는 연기 경력이 많지 않음에도 무리 없이 호흡 조절을 하며 캐릭터와 극에 완벽히 녹아나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이연희는 이 드라마를 통해 드라마 첫 사극에 도전, 그동안 갈고닦은 연기를 안방극장에 보여줬다. 사극 발성에서 어색함 없이 정명을 연기했고, 50회를 무리 없이 끌고 갔다. 한층 발전된 감정 연기와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드러내며 정명의 위용을 잘 구축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지난 해 ‘미스코리아’ 이후 연기력 논란을 어느 정도 벗은 이연희는 ‘화정’까지 거치며 자신의 연기폭을 넓히는데 성공했다.
서강준은 데뷔 후 고속 성장한 경우. 2013년 ‘앙큼한 돌싱녀’로 주연 자리를 꿰찬 후 ‘화정’까지 연달아 캐스팅 됐다. 그는 데뷔한지 3년도 채 되지 않아 굵직한 작품에서 주연을 맡고, ‘화정’에서 사극까지 무난하게 소화하며 무섭게 성장하는 중이다. 잘 생긴 얼굴이 강점인 서강준은 곱상하고 부드러운 얼굴이 사극에 약점이 될 수 있는데, 극에 완벽히 빠져든 모습으로 스스로 문제가 없음을 드러냈다.
강인우를 연기하며 데뷔 후 주목이 갈만한 배역을 잡은 한주완은 젊은 나이에 비해 빼어난 연기력으로 존재감이 뛰어난 배우. ‘화정’을 통해 나이의 제약을 받지 않고 선굵은 인물까지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무엇보다도 크게 연기를 한다는 느낌 없이도 감정 전달에 있어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며 탁월한 연기 감각을 뽐냈다.
한편 ‘화정’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인간이 가진 권력에 대한 욕망과 그로 인한 갈등을 담는 정치 사극이었다. 지난 4월 13일 첫 방송 후 이 드라마는 지루하고 뻔한 이야기, 연출자의 건강 이상으로 불가피했던 연출자 교체, 일부 배우들의 아쉬운 연기가 문제가 되며 고정 시청자층이 탄탄한 MBC 사극은 웬만하면 성공한다는 공식을 깨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 jmpy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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