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공히 국내 대표 영화제로 자리매김한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벌써 스무살 생일을 맞았다. 20주년을 향해 순탄한 항해를 해온 BIFF였지만 아찔했던 순간은 항상 존재하는 터, 오인혜부터 강동원까지 제20회 BIFF를 맞아 아찔했던 순간들을 모아봤다.
#1. 노출의 시작과 끝, 오인혜
'BIFF의 레드카펫'하면 떠오르는 단 하나의 이름, 바로 오인혜다. 드레스 노출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의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주인공.
오인혜는 지난 2011년 열렸던 제16회 BIFF 레드카펫에 초청작,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을 들고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 그는 어깨선이 끈으로 연결되며 아슬아슬하게 가슴 주요부위를 덮는 드레스로 레드카펫에 위치해있던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는 물론,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가슴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드레스는 그야말로 네티즌의 이목을 단숨에 집중시켰다. 그가 드레스를 입은 채 레드카펫을 걸은 뒤, 온라인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는 온통 그의 이름으로 가득했을 정도.
오인혜 이후 많은 여배우들이 '제2의 오인혜'를 노리며 노출을 시도하기도 하는 등, 오인혜의 가슴 노출 후폭풍은 굉장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후폭풍만은 아니었다. 영화제의 레드카펫이 영화제를 즐기는 또 하나의 재미이긴하나 주객이 전도됐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 영화의 축제가 여배우들의 노출에만 집중되는 것이 좋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덕분에 여배우들의 자정 능력 속에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는 노출보단 우아함이 가득한 레드카펫이 될 수 있었다는 평이다.
#2. 강동원 VS BIFF?
지난 2013년, 제18회 BIFF는 강동원과의 마찰로 대중의 입방아에 오르내려야 했다. 그것도 개막 첫 날부터 시작된 논란은 제18회 BIFF의 깔끔한 시작을 무산시켰다.
개막 당일, 강동원 측이 BIFF의 한 프로그래머로부터 영화제 출입금지령을 받았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논란은 시작됐다. 강동원 측은 "레드카펫에 안 설거면 아예 (영화제에) 오지도 말라"고 말한 해당 프로그래머를 향해 공식 사과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프로그래머는 이와 같은 강동원 측의 입장에 즉각 반박했다. 해당 프로그래머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그저 강동원 씨가 일정이 맞지 않아 개막식 레드카펫 등에 참석하지 못하는 걸로만 알고 있다. 더 이상은 해드릴 말이 없다"고 해명, 양측의 각기 다른 주장에 관심이 쏠린 바 있다.
양측의 날선 공방 속에 강동원은 당초 취소했던 영화제 GV 일정에 참석, 모습을 드러냈고 해당 프로그래머는 GV에 참석한 강동원 측에 감사의 인사를 표하면서도 자신은 강동원의 불참을 통보한 적이 없다며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주장하기도 했다.
강동원과 BIFF 측 사이에서 조율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 영화 '더 엑스'의 제작사 CGV 측은 늦장 대응으로 논란을 더욱 키웠다. 결국 사태가 심각해지고나서야 CGV 측은 강동원의 주장에 무게를 좀 더 실어줬지만 어찌됐건 강동원과 BIFF, 그리고 CGV 모두 찝찝한 엔딩을 맛봐야 했다.
#3. 논란의 '다이빙벨'
제20회 BIFF의 힘든 개최를 만든케 한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 '다이빙벨' 논란도 빼놓을 수 없다. '다이빙벨'은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 알파잠수기술공사의 이종인 대표가 침몰한 세월호 앞에서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 제19회 BIFF 와이드앵글-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에 초청됐으나 세월호 일반인 유가족들의 상영 금지 요청과 상영 철회를 요구한 부산 시장의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BIFF 측은 그럼에도 '다이빙벨' 상영을 강행했다. 상영 철회 요구가 나오자 영화인들은 "영화제의 자유"를 외치며 즉각 반박했고, BIFF 측 역시 동일한 의견으로 '다이빙벨'의 상영을 결정했다.
당시 영화인들은 영화의 전당 앞에 모여 부산시의 발언에 대해 규탄하는 행사를 벌이기도 했으며 '다이빙벨' 상영 당시에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경찰 병력까지 대기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BIFF 입장에선 아찔하지 않을 수 없었던 순간이었다.
한편 제20회 BIFF는 오는 10월 1일부터 10일까지 해운대와 영화의 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 trio88@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