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연발이었지만 따뜻했다. 라디오를 사랑하는 ‘감성 변태’ 유희열과 첫 DJ로 나선 정형돈의 설렘 가득한 도전, 라디오 대본을 처음 써 본 유병재의 B급 감성 가득 담긴 웃음까지, 이들의 조합은 완벽에 가까웠다. 방송사고 수준으로 실수가 이어졌지만 그로 인해 더욱 인간적으로 다가왔던 이들의 매력을 또 볼 수 있을까.
라디오를 진행하는 DJ의 모습은 물론, 이를 듣고 있는 청취자의 모습까지 풍성하게 담아낸 KBS 2TV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속보이는 라디오 여우사이’가 진짜 ‘보이는 라디오’로 시선을 끌었다. 지난 29일 방송된 ‘여우사이’는 라디오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TV화면으로 옮겨와 촉촉한 웃음을 안겼다.
이날 폐렴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정형돈은 기침을 참으며 오프닝을 진행했다. 이 방송에 남다른 열의를 보였던 정형돈이기에, 그를 옆에서 지켜보는 유희열은 더욱 안타까워했다. 첫 방송을 진행하는 날, 컨디션이 최악인 정형돈은 스스로 가장 괴로웠을 터. 하지만 정형돈은 아픈 몸을 이끌고 청취자와 긴밀히 소통하며 웃음까지 선사하는 모습으로 시선을 끌었다.
라디오 대본을 처음 써보는 유병재도 긴장감 가득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다가 유희열과 정형돈이 자신의 대본을 엉망으로 연기하자 “연기를 드럽게 못한다”고 일침을 가하고, 뻔뻔한 멘트로 정형돈과 맞서는 등의 모습으로 웃음을 안겼다. 문학평론가에 로고송 제작까지 다양한 역할을 해낸 유병재는 그만의 B급 감성을 녹여내며 ‘여우사이’만의 독특한 웃음의 색을 만들었다.
‘감성변태’ 유희열은 라디오 DJ의 경력을 십분 살려 이들의 중심에 섰다. 그는 초보DJ 정형돈을 챙기느라 방송사고를 내기도 했지만, 따뜻한 정이 있는 라디오의 매력을 시청자에게도 고스란히 전달해냈다. 치열한 일상에서 여유를 전달한 유희열의 안정적인 목소리가 그의 라디오를 기억하는 시청자에게 반가움을 안겼다.
‘여우사이’는 그간 보이는 라디오로도 쉽게 볼 수 없던 라디오 준비 과정과 생방송에 바짝 긴장한 스태프들은 물론, 전화 연결한 청취자들이 직접 보내준 영상, 또 실시간으로 라디오를 듣는 청취자들의 댓글까지 모두 담아내 보다 풍성한 그림을 완성했다. 지난 19일 자정부터 세시간 동안 생방송을 진행됐던 라디오는 실수의 연속으로 매끄럽지 못했지만, 화면에서는 그러한 사고가 발생했던 이유가 충실히 담기며 그 자체로 웃음 포인트로 작용해 다양한 볼거리를 안겼다.
이날 유병재는 정규 편성 가능성을 묻는 말에 “안 될 것 같다”며 “한 명은 옷을 벗을 것 같다”고 단호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마지막 노래가 나올 때 이미 가방을 메고 스튜디오를 떠나려 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정형돈 또한 “누가 라디오를 3시간을 하냐. 우리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등 이들은 이날 처음으로 진행된 라디오 생방송에 아쉬움 가득한 목소리를 냈다.
이처럼 라디오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TV로 끌고 와 여유롭고 따뜻한 방송을 만들려는 이들의 열의는 다음을 더욱 기대하게 했다. ‘여우사이’가 다양한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가운데 정규 편성이 될 수 있을지, 두 번째 ‘여우사이’ 방송을 보고 들을 수 있을지 관심을 끌었다./jykwon@osen.co.kr
[사진]‘속보이는 라디오 여우사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