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흠 잡을 덴 없었다. '무한도전' 방송이 먼저 전파를 타지 않았다면 '비긴 어게인' 더빙을 전문 성우가 했다고 받아들였을 정도다. 유재석, 하하, 박명수, 정준하, 황광희는 외화 더빙마저 훌륭하게 소화했다.
29일 오후 방송된 MBC 추석특선영화 '비긴 어게인'은 앞서 공개됐듯 '무한도전' 멤버들의 목소리 연기를 담은 더빙판이었다. 하하와 유재석이 각각 주인공 댄과 데이브 역을 맡았고 나머지 멤버들이 여러 캐릭터를 소화하며 전문 성우들과 합을 맞췄다.
여주인공 그레타의 친구인 스티브의 대사로 영화가 시작됐고 이 캐릭터를 맡은 정준하의 목소리가 안방에 전달됐다. 여러 영화와 뮤지컬, 애니메이션 더빙으로 쌓았던 목소리 연기 실력이 '비긴 어게인' 성우 도전에서 200% 발휘됐다. 정준하는 실제 배우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며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가장 많은 대사를 받아든 하하 역시 무게감 있는 목소리로 주인공 댄을 표현했다. 담배를 입에 물고 하는 대사, 술을 마시며 내뱉는 말 등 작은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는 치밀한 연기를 보였다. 성우 박선영이 맡은 여주인공 그레타와 100점짜리 호흡이었다.
유재석은 더빙에서도 빛났다. 그가 맡은 데이브는 그레타의 과거 남자 친구이자 잘 나가는 뮤지션. 유재석은 젠틀하면서 댄디한 목소리로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었다. 이를 실제 연기한 애덤 리바인이 다소 하이톤인 까닭에 오히려 유재석의 목소리는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박명수는 특유의 개성 넘치는 목소리를 숨길 수 없었다. 댄의 친구이자 음반 회사 CEO 사울로 분한 그는 호통 치는 억양을 억누르고 캐릭터에 몰입했다. 그럼에도 자신 특유의 색깔을 잃지 않았으며 '깨알 목소리' 연기로 팬들을 웃음 짓게 했다.
더빙 연기에 가장 자신없어 하던 황광희도 큰 실수 없이 제 몫을 다했다. 황광희는 더빙 당시 '발연기'로 멤버들과 전문 성우들의 걱정을 샀는데 실전에선 큰 실수없이 작품에 녹아들었다. '음악 신동' 말콤을 비롯한 작은 캐릭터를 멋지게 해 냈다.
모르고 봤다면 '무한도전' 멤버들이 아닌 전문 성우 목소리인 줄 알았을 정도로 수준 높은 더빙 연기가 완성됐다. 레슬링, 댄스스포츠, 봅슬레이, 응원단에 목소리 연기까지 성공한 '무한도전' 멤버들이다. /comet568@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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