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시그널로 주말 저녁을 책임지던 '주말의 명화'가 사라졌다. 더빙 영화는 몰입도를 낮추고 왠지 촌스럽다는 편견까지 생겼다. 그래서 전문 성우들이 설 곳도 많이 줄어들었다. 이렇게 잊혀져 가는 것들에 대한 향수를 MBC '무한도전'이 다시 살려 냈다. 역시 '국민 예능'다웠다.
29일 오후 방송된 MBC 추석특선영화 '비긴 어게인'은 앞서 공개됐듯 '무한도전' 멤버들의 목소리 연기를 담은 더빙판이었다. 사실 이 영화는 이번 연휴에 편성될 계획이 없었는데 '무한도전' 멤버들이 더빙 연기에 도전하며 자연스럽게 전파를 타게 됐다.
외국 배우들의 얼굴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니 영화를 즐기는 재미가 배가했다. 하하와 유재석이 각각 주인공 댄과 데이브 역을 맡았고 박명수, 정준하, 황광희가 굵직굵직한 여러 캐릭터를 소화하며 전문 성우들과 합을 맞췄다.
어색한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무한도전' 멤버들은 성우 임무를 톡톡히 해 냈다. 갑작스럽게 받아든 미션이었지만 멤버들 모두 진지하게 임한 덕분에 '비긴 어게인' 더빙판이 완성됐다.
이들의 더빙 도전기가 먼저 '무한도전'을 통해 전파를 타지 않았다면 몰랐을 정도로 프로다웠다. 하하는 무게감 있는 목소리로 극을 이끌었고 유재석은 실제 배우 애덤 리바인보다 댄디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정준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감초 연기를 펼쳤고 박명수와 황광희도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배역에 녹아들었다.
'무한도전' 덕분에 외화 더빙판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거로 기대를 모은다. 이는 성우들 역시 바라는 바다. 관계자는 OSEN에 "멤버들의 일회성 더빙을 재밌는 이벤트로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성우들로선 이번 프로젝트가 잘 돼야 한다고 적극 도왔다"고 귀띔했다.
추억을 되살리고 편견을 깬 '무한도전'의 더빙 도전기다. '무한도전'이라서 가능한 미션일지도. 외화에 숨을 불어넣는 성우들의 노력과 더빙 연기의 매력을 안방에 확실히 알린 '무한도전'이다. 외화 더빙판은 절대 촌스러운 게 아닌 가장 한국적인 영화 감상법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comet568@osen.co.kr
[사진] MBC 제공, '비긴어게인'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