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하고 답답했던 삼각관계가 결국 깨지고 말았다. 안개 속에 가려져 있는 듯 좀처럼 앞을 내다보기 어려웠던 사랑의 짝대기를 이승준이 꺾어버린 것이다.
그동안 김현숙을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한 그였기에 이처럼 쉽지 않은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 결국 그녀가 그의 통보를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용기 있게 다시 고백하느냐에 따라 이 사랑의 결실이 맺어질 전망이다.
지난 29일 오후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4'(극본 명수현, 연출 한상재·이하 막영애)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사랑하는 여자 이영애(김현숙 분)의 행복을 위해 아프지만 놓아주려는 이승준(이승준 분)의 모습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승준은 이날 영애를 만나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겠다는 돌직구를 날렸다. 그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곱절은 진지했기에 영애는 크나큰 충격을 받았다. 당황한 영애가 "혹시 저희 집에서 김산호를 미는 것 때문에 그러세요? 신경쓰지 말라"고 다독였으나, "김산호는 나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다. 나 신경쓰지 말고 김산호랑 잘해보라"고 잘라 말했다.
이유인즉슨 거래처에 돈을 떼인 그가 재정적 어려움을 이겨낼 수 없고, 외모와 스펙 등 자신이 가진 것보다 김산호의 후광이 더 빛나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영자씨 부담스럽다.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진심인냥 털어놨다.
물론 마음에도 없는 소리다. 갑작스러운 승준의 통보는 본심이 아니고 영애의 마음을 떠보기 위한 것인데, 속으로는 그녀가 자신의 제안을 거부하길 바랐을 터다. 그 날 저녁 승준은 거나하게 술에 취해 영애의 집에 찾아갔고 "장모님, 장인어른"을 찾으며 사위 노릇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를 알리 없는 영애는 생각지도 못한 승준의 이별 통보에 억장이 무너졌다. 산호와의 파혼에 이어 또 다시 남자에게 버림 받은 영애는 속상했다. 술로 이 고통을 지워보려 애썼으나 그럴수록 이승준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1년이라는 긴 시간이 허송세월이 되진 않을지 걱정됐기 때문이다.
승준의 행동으로 인해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알쏭달쏭한 말이 차츰 이해되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사랑하면 왜 헤어지느냐고 따지고들지만, 고통도 사랑의 일부분을 차지하기에 틀린 말은 아닌듯 싶다. 영애가 자신을 떠나려는 승준의 손을 잡을지, 아니면 뒤에서 묵묵하게 기다리고 있는 산호의 품에 안길지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부디 세 사람이 행복하길 바랄 뿐이다./ purplish@osen.co.kr
[사진] '막영애14'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