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은 외화 더빙도 해 냈다. 전문 성우 못지않은 안정된 목소리 톤과 각자의 개성을 살린 연기로 영화 '비긴 어게인'에 색다른 묘미를 안겼다. 이제는 사라진 '주말의 명화'의 추억과 전문 성우들을 다시 한번 돌이켜 보게 하는 메시지도 던졌다.
29일 오후 방송된 MBC 추석특선영화 '비긴 어게인'에서 하하와 유재석은 각각 주인공 댄과 데이브 역을 맡았다. 정준하, 박명수, 황광희는 1인 다역을 소화하며 전문 성우들과 합을 맞췄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모두 6명. 정형돈이 빠진 채 다섯 멤버끼리 '비긴 어게인'을 완성한 셈이다.
멤버들의 첫 더빙 도전기를 담은 26일 방송에서 정형돈은 유난히 수척했다. 이는 지난 12일 녹화분인데 그는 극심한 컨디션 저하를 보였다. 아픔을 참고 멤버들과 성우 연기 레슨을 받았지만 본격적인 더빙에선 빠지고 말았다. 그리고 며칠 뒤 그는 폐렴 진단을 받고 입원했다.
지난 18일 진행된 KBS 2TV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여우사이' 녹화 당시에도 건강이 좋지 않았지만 책임감으로 생방송을 진행했던 정형돈이다. 하지만 몸 상태는 악화됐고 결국 출연하고 있던 프로그램 녹화를 잠시 접었다. 이런 까닭에 '비긴 어게인' 더빙판에서 정형돈의 목소리 연기는 들을 수 없었다.
이쯤 되니 2% 아쉽다. 정형돈이 더빙 레슨을 받을 때 정준하, 하하, 유재석 다음으로 안정적인 발성을 뽐냈던 이유에서다. 그의 감칠맛 나는 목소리 연기가 '비긴 어게인'에 들어 갔다면 좀 더 쫄깃한 재미가 유발됐을 터.
그래서 누리꾼들은 '만약'을 상상하고 있다. 정준하가 데이브와 함께 연기했던 트러블검이 정형돈의 유력한 캐릭터로 꼽힌다. 힙합 마니아로 스웨그 넘치는 캐릭터가 정형돈의 뚱보 이미지와 200% 맞물리기 때문이다.
웃기는 것 빼곤 뭐든 잘하던 정형돈이 이젠 '4대천왕'으로 불리며 웃기는 것까지 잘하고 있다. '비긴 어게인' 속 그의 목소리 연기를 듣지 못해 아쉽지만 최근 건강하게 퇴원했다 하니 팬들은 안도하고 있다. /comet568@osen.co.kr
[사진]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