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노홍철은 '잉여'다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5.09.30 11: 52

음주운전 사건으로 자숙의 시간을 보낸 방송인 노홍철이 MBC 파일럿 예능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에 출연한 것을 놓고 복귀가 반갑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반면, 일각에서는 스타 연예인을 잉여로 분류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세우며 진성성을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노홍철은 놀고 먹는 '잉여인간'이 맞다.(극단적인 표현에 오해가 없길 바란다.) 과거에 아무리 하늘을 나는 톱스타였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고정으로나 게스트로나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현 예능가에는 그의 예능감을 넘보는 '예능의 신'들이 차고 넘친다. 팬들이 노홍철이 나오길 바란다고 염원해도, 그를 불러주는 곳이 없으면 언제 다시 과거의 명성을 되살릴 수 있을지 모른다. 일단 노홍철을 비롯한 청년들이 무전 여행을 통해 삶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깊지 않을까.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노홍철과 잉여 4인방이 1인당 18만원이라는 최소한의 경비로 20일 동안 유럽을 횡단하는 여행기를 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포스트 봉준호'를 꿈꾸며 충무로에서 방황하다 여행 작가로 활동 중인 태원준, 일정한 수입이 없어 하루 끼니 때우는 게 가장 큰 고민이라는 스트리트 아티스트 료니, 한때 런웨이에서 김우빈 이종석과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그들과 전혀 다른 대우를 받으며 활동 중인 모델 겸 배우 송원석, 서울대생이지만 뽑아주는 회사가 없어 졸업을 미루고 있다는 대학생 이동욱이 방송을 쉬고 있는 노홍철과 함께 했다.
지난 27일부터 이틀 동안 안방극장을 찾아 평균 3.45%(닐슨코리아 기준)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했다. 파일럿 프로그램 치곤 낮은 기록은 아니다.
2회 분량의 방송에서 이들의 개인 상황을 알 수 있었다. 가장 긍정적이고 밝은 시각을 갖고 있어야할 대학생 이동욱은 팍팍한 현실 탓에 부정적인 시선이 가득했고, 료니는 하루 하루를 사는 게 아니라 버티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들의 말과 행동이 청년들의 공감을 자아내며 지켜보는 재미를 높였다. 유럽에서 직접 돈을 벌어서 여행지를 옮긴 이들은 화장실 수돗물로 허기를 채웠고, 길바닥에서 쥐를 만나는 노숙을 감행해야 했다. 성격 차이로 멤버들끼리 첨예한 갈등까지 겪는 등 극한 상황도 발생했다.
사실 이들이 많은 돈을 내고 얼마든지 유럽을 즐길 수도 있었지만 굳이 몸 고생, 마음 고생하며 그 먼 곳까지 떠난 이유는 우리가 지금 누리고 사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 상기시키기 위해서다. 이들이 잉여인 척 둔갑해 보여주기식 방송을 한 게 아니였다는 말이다.
원작 영화의 감동이 없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원작의 출연자들은 진짜 땡전 한 푼 가진 것 하나 없었는데, 이들은 이미 충분히 갖췄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일을 하고 있는 직장인이나 취업난으로 인해 경제활동의 뒤편으로 밀려나 있는 청춘들은 스스로를 '잉여'로 부르고 있다. 능력이 부족해서 꼭 잉여가 되는 것도 아닌 셈이다.
또 어떤 이들은  노홍철이 음주운전을 하고도 시청자들에게 사과 한마디 없이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절대 음주 운전을 하지 말라"는 말만 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방송인 노홍철이었다면 처음부터 "죄송하다"는 말로 시청자들과 만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방송이라고 생각을 하지 않고 시작했다. 그는 "살아갈 방향을 제시해준 여행이었다"고 여행 소감을 전했다.
다섯 잉여들은 최소의 비용으로 유럽 여행을 하며 매일매일 어려움에 봉착했지만, 그곳에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으며 앞으로 살아가면서 만나게 될 고통을 극복할 용기를 얻었다. 노홍철은 자신의 뜻을 내세우기보다 동생들의 의견을 존중해주며, 힘든 상황을 버티면서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방송을 보는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찾고 우리에게도 힘든 상황을 극복할 힘이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만들었다./ purplish@osen.co.kr
[사진]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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