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형 “연기 잘해도 안 생기는 기회, 이해 안돼” [인터뷰]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5.10.01 06: 58

배우 김서형(42)은 참 솔직하고 당당한 성격의 소유자다. 다소 민감한 문제일 수도 있는 자신의 고민을 거침없이 고백하며 호탕하게 웃어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든다. 그러다가도 연기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그 누구보다 진지하게 배우로서의 소신을 밝힌다. 천생 배우라는 말이 너무나 잘 어울리고, ‘언니’ 혹은 ‘누나’ 삼고 싶은 배우 김서형을 최근 삼청동에서 만났다.
김서형은 무식해서 용감하고, 단순해서 정의로운 용접공 출신 국회의원 진상필(정재영 분)이 ‘진상남’에서 ‘진심남’으로 탈바꿈해가는 유쾌한 성장 드라마 KBS 2TV 수목드라마 ‘어셈블리’에서 국민당의 대변인이자 비례대표 초선의원 홍찬미 역을 맡아 열연했다.
홍찬미는 여당 내 공천 문제로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진상필, 최인경(송윤아 분)과 맞섰지만, 결국 진상필을 도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치인으로 개과천선 했다. 시청자들의 호평 속에 홍찬미와 아쉬운 작별을 한 김서형은 인터뷰 내내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듬뿍 드러냈다.

김서형은 “처음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 ‘사이코’ ‘앙숙’이라는 단어를 보고는 악역이면 안 한다고 했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 보니 자기 것을 지키기 위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더라. 그래서 선택을 했고 감독님 역시 ‘그렇게는 아닐겁니다’라고 하셔서 믿었는데 역시나 저버리지 않으시더라”고 홍찬미와 만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어 김서형은 홍찬미를 단순하게, 또 여유롭게 풀어내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물론 처음에는 그런 노력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김서형 스스로는 계속해서 홍찬미 캐릭터를 그렇게 잡고 연기를 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김서형은 2012년 방송됐던 MBC 시트콤 ‘엄마가 뭐길래’를 언급하며 “시트콤도 밤을 새는 열악한 제작 환경에 깜짝 놀랐다. 힘들다 보니 재미있게 못하다가, 끝날 때 되니 재미가 있더라. 그런 뒤에 홍찬미를 만난 거다. 물론 시트콤과는 다르긴 하지만, 단순하게 잡았던 홍찬미 캐릭터를 나 스스로 재미있게 연기하면서 더욱 큰 재미를 느꼈다. ‘어셈블리’를 통해 그런 모습을 보여드려 만족한다”고 전했다.
자신이 애드리브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고. 또 ‘최땡땡’이라 불렸던 최인경 역의 송윤아와 만나면 워낙 죽이 잘 맞아서 더 즐겁게 촬영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어셈블리’가 정치 드라마이다 보니 김서형 또한 정치와 관련된 질문을 많이 받곤 했다. 국회에서 촬영을 할 때도 ‘정치 해보니 어떠냐’는 질문을 받을 정도였다고. 이에 대해 김서형은 “정치 얘기를 한다고 해서 정치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작가님이 전달하고자 하는 부분을 캐릭터로서 잘 소화하는 것이 제 몫”이라며 “물론 중후반으로 갈수록 작가님이 표현하려고 한 것이 더 많이 표현되다 보니 국민 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부분은 많았다. 끝날 때쯤엔 진정한 투표 하나가 달라질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돼 의미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치는 일반적으로 아는 그 정도다. 이번에 알게 된 공천이 그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연기로 표현하는 것 말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대본을 받으면 외우기 바쁘다. 처음엔 ‘전략 공천’을 ‘전력 공천’이라고 할 정도로, 어려웠던 작품이다. 저는 배우로서 작품과 캐릭터를 항상 먼저 본다. 정치 드라마를 한다고 해서 부담이 생긴다면, 아마 막장 드라마를 할 때 부담감이 더 컸을 거다. 배우로서 작가님, 감독님이 주시는 것을 연기로서 배가시키는 사람일 뿐이다.”
MBC ‘개과천선’ 이후 1년 만에 ‘어셈블리’로 안방극장에 복귀하는 동안 김서형은 배우로서 많은 고민을 했다. 그간 맡은 작품, 캐릭터마다 선 굵은 연기와 남다른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시청자들을 매료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주연과 조연 사이에 서 있는 자신의 위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
김서형은 “주연, 조연 사이에서 간당간당하게 일하고 있다. 물론 저는 일을 하면서 주연이냐 조연이냐를 그렇게 신경 안 썼다. 캐릭터가 망가지는 것이 제일 무섭고, 설사 한 장면이라도 잘 살려내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왔는데, 이 간당간당한 걸 이겨보고 싶다”고 고백했다.
“20대에는 저에 대해 잘 못 보여줬다. 30대 이후부터 여러 장르에 도전을 해보고 있는데, 드라마에서 못 해봤던 연기를 영화 쪽에서 찾아 본다. 분명 에너지가 많은데 드라마에서는 안 써 주시니 해소를 할 수가 없다. 강한 캐릭터도 다르게 연기하려고 노력을 한다. 제가 연기를 아주 못 하는 편은 아니잖나. 간혹 10년을 기다려주며 연기를 하게 해주고 기회를 받는 배우도 있는데 전 꾸준히 연기를 해왔고 주변에선 곧잘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회는 안 준다. 그런 부분은 이해가 안 간다. 내가 학벌이 안 좋아서 그런가? 그만큼 안 예쁜가?(웃음)”
그러면서도 김서형은 “물론 정재영 씨, 송윤아 씨가 스케줄 소화하는 거 보면 주인공 안 하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두 분 보니 이 정도면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사람이 참 간사한 것 같다”고 솔직한 생각을 밝히고는 “사실 드라마를 할 때 한 신만 나와도 단역이나 조연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 작가님이 ‘조연들이 잘해야 한다’고 하실 때 ‘왜 조연이라고 하냐’며 살짝 화를 내기도 했다. 그 작품을 만들어 나갈 때 조연, 주연이 중요한 것이 아니지 않나. 배우들이 다 같이 모여서 작품을 이끌어 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자신의 소신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홍찬미를 떠나 보낸 심정을 물었다. 그러자 김서형은 “이번에는 홍찬미를 보내는 것보다 ‘어셈블리’를 보내는 것이 아쉬웠다”고 대답하며 다시 한 번 애정을 한껏 드러냈다. “드라마를 끝내고 나면 다음 작품이 바로 올 거란 자신감이 생긴다. 그러다 공백이 길어지면 초조해지기도 하지만..다른 홍찬미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된다. 저는 늘 기대를 하면서 산다. 기대치가 커서 작품 들어갈 때면 죽을 듯이 올인을 하는 것 같다.” / parkjy@osen.co.kr
[사진] 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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