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누구니', 쿡방 남발 속 '못하는 요리사'의 매력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5.09.30 15: 31

SBS 'K밥 스타- 어머니가 누구니?'(이하 어머니가 누구니)가 추석 파일럿 대전 속 선전해 눈길을 끈다.
추석연휴 마지막 날(28일 오후 6시)에 방송된 '어머니가 누구니'는 요즘 TV의 쿡방 남발이라는 우려 속에 ‘관계요리’,‘ 못하는 요리사’, ‘블라인드 쿡’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내세우며, 의외의 웃음과 감동을 전했다. 최고시청률 16%에(닐슨코리아)도달했다.
최고의 셰프들의 최강의 레시피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소박하거나 익숙하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은 새로운 집밥 레시피가 통했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지상파 전문 요리사 MC를 맡은 최현석 또한 다양한 요리해설과 틈틈이 보인 허세 셰프의 면모로 지상파 MC데뷔 합격점을 받았다.

- 못하는 요리가 더 재밌었던 이유
'어머니가 누구니'는 난무하는 쿡방 먹방의 홍수 속 '기상천외한 레서피'로 향하고 있던 방송계 트렌드에 역발상적으로 접근한 신선함이 돋보였다.
무껍질을 까는지도 갈치 비늘을 벗기는지도 몰랐던 아들, 민어를 씻는지도 몰랐던 남편, 믹서기를 돌릴줄도 몰랐던 남자. 민어매운탕에 소고기가 들어가는줄도, 두부찌개에 커피를 넣는지도 몰랐던 '요리 무식자들'의 모습이 더욱 공감을 자아냈다는 반응.
또 30여년간 먹어왔던 당장이라도 할수 있을 것 같았던 엄마의 간단한 집밥요리가 왜 도무지 같은 재료로해도 맛이 안나는지 갸우뚱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에서 웃음을 주었다. 그리고 손맛 반, 정성반이라는 엄마의 레시피는 역시나  정확한 수치로 딱딱 말해줄수 없는 엄마의 답답한 마음에서 더욱 소박하지만 의미있는 재미를 선사했다.
- 요리의 연결고리
1년 365일 받아먹기만 하는 자식과 남편들에게 어머니와 아내들이 그 손맛을 직접 전수하는 과정에서 ‘ 블라인트 쿡(보지않고 말로만 설명하면, 남편과 자식은 듣기만 하고 요리하는)’ 방식의 신선한 포맷으로 요리과정에서 관계와 캐릭터, 그리고 얽힌 사연과 감동적인 속마음까지 다양한 맛을 보여줬다다고 할 수 있다. 
야노시호가 절대 해줄수 없던 추성훈의 징크스 음식은 소꼬랑지탕. 일본에서 격투기 경기할때마다 결국 징크스처럼 먹어야 했던 엄마의 꼬리곰탕과 주먹밤. 그것이 이 모자가 질긴 연결고리였다.
추셰프로 불릴만큼 여러프로그램에서 손맛을 뽐낸 추성훈이었지만 엄마의 맛을 살리는데는 실패했다. 엄마의 손맛을 자식이 재현가거나 늘 받아먹은 아내의 맛을 직접해보면서 서로 닮은 듯 닮지않은 서로 잘 아는 듯 모르는 듯 한 가족의 벽을 허물며 캐릭터 뚜렷한 가족들을 하나로 만드는 연결고리 음식을 보여주는 쿡방을 선사했다.
 
'너의 레시피가 들려'라는 포맷에서는 자연스럽게 가족의 닮은 혹은 너무 다른 캐릭터가 속출했다. 추성훈 모자처럼 아들보다 더 뚝심있는 파이터 어머니의 모습이나, 37년간 매일 겉절이를 해먹인 아내의 은근한 복수코치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그러면서도 포맷과 규칙을 뛰어넘은 어머니들의 사랑과 아내들의 진심, 그리고 자식들과 남편들의 좌충우돌 요리과정은 돌발적인 웃음을 줬다.
더불어 예상치 못했던 짜릿한 재미도 있었다.  30분의 요리시간중 15분을 갈치다듬기에 써버린 로이킴을 보고 가슴 졸이던 시청자들은 로이킴이 막판분전으로 기어이 갈치조림과 오징어 순대까지 마무리하는 것을 보고 쾌감을 느꼈다.
요리미생, 아들 딸, 그리고 받아먹기만 하던 남편들의 와충우돌 요리도전은 평생 기억하고 싶은 엄마의 레시피 하나만큼은 이제 베테랑이 될 수 있다는 추억을 선사했다.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쿡방', '먹방' 속 '어머니가 누구니'는 진정성으로 오히려 차별점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 ny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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