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예뻤다’가 계속되는 답답한 전개로 보는 이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15년 동안이나 첫사랑을 가슴에 품고 살았지만 진짜 첫사랑인 혜진(황정음 분)을 알아보지 못한 채 강압적이고 모욕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아 온 성준(박서준 분)과 똑똑하고 능력 있는 인턴에서 성준의 구박을 받는 게 때론 당연하게 보일 정도로 사고뭉치 민폐 여주인공이 되어버린 혜진. 뿐만 아니다. 혜진 대신 성준 앞에서 첫사랑 연기를 한 하리(고준희 분) 역시 세상 무엇보다 친구를 소중하게 생각하던 멋진 의리녀에서 자꾸만 성준에게 끌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며 흔들리는 뻔한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매력적이던 캐릭터들이 다소 실망스럽게 변화하며 이야기의 흐름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당연지사. 지난 30일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 5회에서 성준은 차갑게만 대하던 혜진을 신경 쓰기 시작하며 조금씩 태도의 변화를 보였지만 이 역시 너무나 갑작스럽고 부족한 개연성으로 보는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하지만 고진감래라고 했던가. 성준이 교통사고를 목격한 마지막 5분이 겨우 숨통을 트이게 만들었다.
이날 성준은 빗길 속에서 차를 타고 가던 중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했고, 과거 엄마의 교통사고 현장을 떠올리며 패닉에 빠졌다. 정신없이 차 밖으로 나와 도로 위를 휘청이며 헤매는 성준의 모습을 발견한 혜진은 그에게 달려갔다. 넋이 나가 있는 성준의 모습에서 혜진은 어린 시절 성준이 비가 오면 늘 엄마를 외치며 무서워하던 모습을 떠올렸다. 이에 혜진은 바닥에 주저앉아 버린 성준의 옆으로 다가가 자신의 겉옷을 벗어 비를 막아주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며 괜찮다고 위로했다. 이런 혜진의 모습에 성준은 어린 혜진이 빗속에서 두려움에 떨던 자신의 옆에서 비를 막아주며 “너랑 같이 있어줄게, 내가 네 우산이 되어줄게”라고 했던 모습을 떠올렸다. 이내 성준은 혜진의 뺨을 어루만지며 그의 이름을 애절하게 불렀다. 혜진에게서 첫사랑의 모습을 떠올린 성준이 내뱉은 “혜진아”라는 한 마디는 줄곧 이어져 왔던 답답한 전개에 가느다란 한 줄기 빛을 선사하며 다음 회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물론 성준의 이 한 마디에 답답했던 전개가 뻥 뚫릴 것이라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성준이 사고 현장을 목격한 트라우마로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내뱉은 말이기 때문. 하지만 이제야 비로소 성준이 혜진을 구제불능 한심한 부하 직원이 아닌 소중한 추억을 공유한 첫사랑이라 의심하며 신경 쓸 모습에 개연성이 부여된 듯하다. 첫 방송 당시 탄탄한 스토리 전개와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조합으로 순조로운 출발을 했던 ‘그녀는 예뻤다’.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이 드라마가 부디 ‘꿀잼 궤도’에 다시 올라서길 기대해본다.
한편 '그녀는 예뻤다'는 첫사랑의 아이콘에서 '찌질녀'로 역변한 혜진(황정음 분)과 뚱보 찌질남에서 '완벽남'으로 정변한 성준(박서준 분)의 숨은 첫사랑 찾기에 '절친' 하리(고준희 분)와 넉살끝판 동료 신혁(최시원 분)이 가세하면서 벌어지는 네 남녀의 재기발랄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매주 수, 목요일 오후 10시 방송. / nim0821@osen.co.kr
[사진] ‘그녀는 예뻤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