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휴 잭맨이 영화 ‘팬’에서 짙은 화장을 하고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여기는 탐욕스러운 검은 수염으로 변신했다. 영화 ‘X맨’에서 인류를 구하기 위해 온몸을 던졌던 울버린이 전혀 생각나지 않을 만큼 완벽하게 악역으로 변신했다.
‘팬’은 2차 세계대전 중에 평범하게 보육원에서 자란 소년 피터가 아름답고 요정들의 비밀을 품고 있는 섬 네버랜드를 구하기 위해 희대의 악당 검은 수염과 맞선다는 내용이다. 피터 팬을 실사화한 영화들에서는 주로 후크 선장과의 대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면 이번 ‘팬’에서는 휴 잭맨이 맡은 검은 수염이 악역으로 등장해 신선함을 더했다.
휴 잭맨은 처음 등장부터 심상치 않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압권인 장면은 검은 수염과 피터가 처음 만나는 장면이다. 보육원에 살다가 검은 수염 일당에 의해 네버랜드 네버우드 채석장에 납치돼서 어리둥절한 리바이 밀러의 귀에 전설적인 펑크 록 밴드 너바나의 ‘스멜 라이크 틴 스프릿’이 울려 퍼진다. 그와 동시에 하늘에서 등장한 휴 잭맨과 해적들에게 붙잡혀온 수많은 노예들 그리고 웅장한 채석장의 비주얼이 만들어내는 하모니는 관객들을 압도하기 충분했다. 희대의 악역 검은 수염의 등장에 딱 맞는 음악과 장면 연출이었다.
‘팬’에서 휴 잭맨이 간절히 원하는 것은 요정의 가루 ‘픽슘’이다. ‘픽슘’을 위해서 요정들과 원주민들을 쫓아내고 현실 세계에서 사람들을 납치해 채석장에서 강제노역을 시켰다. 휴 잭맨은 강제노역하는 이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말을 듣지 않는 이들을 본보기로 죽인다. 휴 잭맨이 온갖 나쁜 짓을 하면서 ‘픽슘’을 원하는 이유는 젊음을 유지해주기 때문이다. 휴 잭맨은 철저하게 자기 자신을 위해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허울뿐인 대의명분과 불만이 있는 집단의 비이성적인 판단을 이용하는 모습은 관객들을 오싹하게 하기 충분했다.
‘팬’은 피터 팬이 어떻게 네버랜드에 가게 됐는지와 어떻게 날 수 있고 거기에 더해 평생의 라이벌인 후크 선장과 처음 만나서 어떻게 관계를 맺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것을 그렸다. 지금껏 다뤄지지 새로운 이야기이니만큼 영화는 시종일관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거기에 더해 악당인 검은 수염을 맡은 휴 잭맨의 뛰어난 캐릭터 재현 능력과 오랜 연기 내공이 빛을 발하면서 상영시간을 가득 채웠다.
한편, ‘팬’은 오는 8일 개봉예정이다. /pps2014@osen.co.kr
[사진] '팬'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