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마왕'이 떠난 지 1년이 됐다. 고 신해철의 사인을 둘러싸고 유족과 장협착 수술을 진행한 K원장의 법정 싸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그의 넋은 1년 만에 햇빛을 보게 됐다.
1일 관계자에 따르면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에 고 신해철의 야외 안치단이 세워진다. 볕이 잘 드는 평화 광장 위 동산이 그 위치. 고인의 유해는 납골당 밖으로 나와 햇빛 아래 자리하게 됐다. 봉안식은 오는 26일 거행된다.
묘비에는 고 신해철이 만든 노래 '히얼 아이 스탠드 포유' 가사가 적힌 걸로 알려졌다. 앞서 고인의 소속사 관계자는 "유족과 상의해 묘비명을 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히얼 아이 스탠드 포 유'는 고인이 1997년 동계유니버시아드 폐막을 기념해 만든 넥스트 싱글 앨범 타이틀곡이다. 고 신해철이 생전 아끼던 곡이었으며 '민물장어의 꿈', '날아라 병아리', '안녕' 등과 함께 대표곡으로 꼽힌다.
"난 나를 지켜가겠어 언젠간 만날 너를 위해/ 세상과 싸워 나가며 너의 자릴 마련하겠어/ 하지만 기다림에 늙고 지쳐 쓰러지지 않게/ 어서 나타나줘/ 약속 헌신 운명 영원 그리고 사랑 이 낱말들을 난 아직 믿습니다 영원히" 등의 가사가 음악 팬들을 눈물 짓게 한다.
고 신해철은 지난해 10월 17일 복통을 호소하며 K원장에게 장협착 수술을 받았다. 이후부터 21일까지 통증을 호소하며 입퇴원을 반복했지만 22일 결국 심정지에 이르렀다. 곧바로 서울 아산병원으로 옮겨져 복강 내 장수술 및 심막 수술을 받았지만 의식 불명인 상태로 5일 만에 눈을 감았다.
그달 31일, 아산병원에서 고인의 발인이 엄수됐다. 화장된 유해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에 있는 음반 작업실을 들른 뒤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에 안치될 예정이었지만 유족들은 돌연 부검 계획을 발표했다. 여러 의혹만 남긴 채 세상을 떠날 뻔했던 고 신해철의 시신은 다시 부검대에 올랐다.
그렇게 해서 고 신해철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 시작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한의사협회, 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 전문가들은 고인에게서 장 천공과 심낭 천공을 발견했고, 경찰 역시 K원장이 환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고 결론내렸다.
유족 측은 "고인이 생전 위 축소술 이후로 발열과 통증을 호소했지만 K원장이 조치를 하지 않아 사망했다"며 K원장을 상대로 경찰에 고소했다. '의료 과실을 책임지라'며 23억2100여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무혐의를 줄곧 주장하던 K원장은 결국 불구속 된 상태로 법정에 서게 됐다. 서울동부지검 형사2부(안미영 부장검사)는 지난 8월 K원장을 업무상과실치사와 업무상비밀누설죄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고 신해철이 떠난 후 유족은 K원장을 상대로 힘들고 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의료분쟁은 결코 간단하거나 쉽지 않은 일. 이런 가운데 '마왕'의 1주기가 돌아왔고 햇빛 아래 그의 유해가 놓여진다.
팬들은 여전히 그를 추억하고 있다. 햇빛 아래 '마왕'이 다시 따스하게 잠들길 바라고 있다. /comet568@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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