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먹어도 고? 솔비는 ‘욕먹어도 고!’다.
솔비는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 걸까. 소위 말하는 잘나가는 시절, 돌연 활동 방향을 전환하더니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권지안’이라는 이름으로 인디 감성이 진하게 풍기는 음반을 대중에 선보였다. 그러면서 다양한 공익활동에 적극적으로 에너지를 쏟고 있는 중.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많았고 이유 없이 욕을 먹기도 했다. 그렇게 벌써 5년이 흘렀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고, 큰 결심이었을 테다. 이미 완전하게 자리 잡고 있던 메이저를 떠나 인디신의 언저리로 터전을 옮긴다는 것은 새로운 시작이자 도전이었을 터. 자신만의 개념으로 꾸준히 그림을 그리며 쉴 틈 없이 작업에 매진해왔지만 미술계의 단단한 문을 열기도 사실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끊임없이 두드리면 열리는 언젠가는 열리는 것이 문이다. 솔비는 음악으로도 미술로도 천천히 인정받고 있다. 그 속도가 빠르지는 않다. 스스로도 급하게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을 경계하는 눈치. 그간 쌓아온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진득하게 새로운 음악 작업에 몰두하고, 갤러리가 아닌 병원과 학교 등의 장소에서 미술전시회를 개최하며 업계를 배려하는 조심스럽고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는 동안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솔비가 그림을 그리고 인디 음악을 한다고 했을 때 부정적인 시선으로 물음표를 던지던 냉소적인 시선들은 이제 거의 다 걷혀가는 중. 그간 보여준 진심과 뚝심이 제대로 통한 것이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솔비는 천천히 자신의 길을 갈 생각이다.
이번에는 조금 더 발전된 형태다. 피터팬컴플렉스의 여성 드러머 김경인과 프로젝트 밴드 비비스(VIVIS)를 결성했고, 음악을 통해 미술을 완성하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한 것. 다시 말해 음악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이번 앨범 명처럼 ‘TRACE(흔적)’을 남기려는 노력에서 시작된 작업이었다.
“음악을 캔버스에 옮기고 싶었어요. 그림으로 남겨지는 음악은 어떨까라는 개념에서 시작한 것이죠. 음악 작업의 과정을 캔버스로 옮긴다면 어떻게 그려질까라는 궁금증이 있었어요. 3개월 동안 준비해왔던 과정들을 3분 50초(수록곡 ‘공상’)에 담았고, 몸에 물감을 칠해 캔버스에 표현하면서 이 곡에서 받은 영감을 표출했어요.”(솔비)
아이디어의 단초는 확실히 음악이 제공했다. 솔비는 함께 작업한 김경인이 들려준 ‘공상’을 듣고 영감을 받았고 이 같은 아이디어를 냈다.
“‘공상’이라는 곡을 썼을 때 (솔비에게)춤추기 좋은 곡이라고 얘기를 했어요. 어느 날 전화통화를 하다가 솔비가 액션 페인팅을 해보자고 했는데 머릿속에 딱 그려지더라고요.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괜찮은 작품이 나왔죠.”(경인)
컴백을 알리는 쇼케이스도 ‘예술적’이었다. 공연 장소를 전시회장으로 꾸몄고, 음악부터 그림, 조명과 소품까지 모두 미술의 요소로 쓰여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완성됐다.
“공간을 생각하고 만든 전시회이자 쇼케이스였죠. 모든 연출을 미술과 음악에 맞춰보고 싶었어요. 모든 무대 장치와 조명,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과 그날 현장에서 했던 모든 것이 하나의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하고 표현을 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그런 것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을 때 ‘한 작품을 보는구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한 거죠.”(솔비)
처음으로 시도하는 미술과 음악의 본격적인 콜라보레이션. 이는 솔비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두 가지를 합쳐낸 것이다. 아직은 낯설 수 있는 개념이지만, 그의 뚝심과 진심이 간절한 만큼 천천히 아름답게 빛을 낼 것이다./joonamana@osen.co.kr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MAP CREW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