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솔직할 순 없었다. 가요계와 정치계를 아우르며 소신 발언을 이어나갔다. 깨어 있는 뮤지션 이승환이 손석희 앵커를 만나니 더욱 거침없었다. 두 '동안'의 대담이 안방 시청자들에게 큰 울림을 안겼다.
이승환은 1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 나와 손석희 앵커와 마주했다. 두 사람은 지난달 19일, 무려 6시간 21분간 이끌었던 콘서트 이야기를 나누며 가볍게 토크를 시작했다. 손석희는 자신의 끝장 토론 최장 시간을 이승환이 깼다고 견제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승환은 "공연은 늘 해 왔던 것이고, 내 한계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저는 가수이자 공연 기획자이기 때문에 양적, 질적으로 완벽한 공연을 기획하고 해 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속내를 밝혔다.
이승환은 9월 19일 서울 광진구 악스코리아에서 '빠데이-26년' 콘서트를 진행했다. 6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60곡 이상을 소화하며 공연계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가수도 팬들도 참 대단한 일이었다.
손석희 앵커도 혀를 내두를 정도. 이승환은 "사실 공연 절반 정도 됐을 때 위기가 왔다. 26번째 노래에서는 목소리가 갈라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 해 왔던 대로 해 냈다. 저보다는 팬들이 더 대단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음원 사재기에 대한 주제도 나왔다. 이승환은 "음원 사재기는 가요계 내 공공연한 사실이다. 사실 음원 브로커가 제게 연락한 적도 있었다. 순위를 올려 주겠다며 수억 원을 요구했다"고 털어놨다.
그리고는 "요즘은 음악을 문화가 아닌 산업으로만 이해를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순위 같은 것에 집착하고, 많이 파는 데에 취중하면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 같다. 이제 스트리밍 시대인데 (사재기가) 다운로드에만 국한되길 바랄 뿐이다"고 소망했다.
무엇보다 그는 민감한 정치 이야기도 허심탄회하게 풀어 냈다. 이승환은 "소신 발언을 많이 하는데 부담스럽지 않냐"는 질문에 "많은 분들이 걱정해 주시고 무서워하는 게 부담스럽긴 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판하는 게 부담인 거냐"는 물음에는 "비판하는 분들의 거친 언어들이 어느 부류에서 나오는 것인지 대부분 알고 있어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다만 왜 그런 말을 하면 안 되는 건지 궁금하다"고 소신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발언을 하게 된 계기는 누군가의 대선 출마에서 시작됐다. 본인들이 하면 더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믿음과 조금은 허무맹랑한 공약들, 그런 것들로 대통령이 됐는데 되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가 염두에 둔 건 이명박 전 대통령. 이승환은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선 어제도 임진강 보 건설 반대 콘서트에 다녀왔다. 앞으로 보 건설로 마지막이 될 파주 쌀을 선물로 받았다. 잠기게 되면 만들 수 없으니까"라고 착잡해했다.
결국 그는 소신 발언으로 명언을 탄생시켰다. 그는 "연예인 얘기를 시시콜콜 하는 것보다 먹고 살고 죽고 사는 얘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 공인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건 아닌 것 같다. 불의 앞에서는 중립을 지킬 수 없고 외면할 수도 없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이런 이승환의 클로징 선곡은 새 앨범에 담긴 '가만히 있으라'였다. 이는 지난해 벌어진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어른들의 잘못을 아이들에게 사과하는 곡이다. 그야말로 이승환다운 선곡이었다.
촌철살인 '송곳' 손석희 선생과, 소신 발언 '개념' 이승환 옹이 만나니 더할 나위 없이 풍성한 대화가 이뤄졌다. '동안계 끝판왕' 두 사람의 개념찬 대담은 오래도록 진한 여운을 남겼다. /comet568@osen.co.kr
[사진] '뉴스룸'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