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모로 많은 화제를 모았던 ‘용팔이’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시청률 20%를 달성하며 호평이 이어지던 초반과는 달리, 길 잃은 전개와 분노를 유발하는 악역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산 ‘용팔이’에게도 남은 것은 있었다. 바로 배우 김태희의 재발견이다.
김태희는 지난 1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용팔이’에서 맡은 역할은 이복 오빠 한도준(조현재 분)의 음모로 한신병원 12층 VIP플로어 제한구역에 갇힌 채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식물인간으로 방치돼야 했던 상속녀 한여진 캐릭터. 덕분에 김태희는 드라마 초반 상당 부분을 누워 있는 연기만을 보여주며, 여주인공이라는 타이틀이 민망한 정도의 적은 분량으로 만족해야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김태희의 부쩍 향상된 연기력을 보여줄 극적인 기회로 작용했다. 주원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눈을 뜬 한여진은 인형 같은 미모를 자랑하며 한 폭의 그림처럼 누워 있던 때와는 달리, 복수심으로 활활 타오르는 마녀로 변신했다. 머리까지 싹둑 자르며 섬뜩한 눈빛을 보내는 그에게서 전작들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남다른 각오가 전해지는 듯 했다.
특히 “그 돈 내가 줄까”, “무릎 꿇어” 등 그간 드라마 속 여주인공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카리스마 넘치는 대사들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기도 했다. 이러한 김태희의 변신은 그가 처음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드라마 ‘천국의 계단’ 속 한유리 캐릭터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천국의 계단’에서 최지우를 괴롭히는 악역으로 악독한 눈빛과 소름끼치는 악행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역시 김태희에게 악역 캐릭터는 운명이었던 걸까. ‘천국의 계단’을 통해서 스타덤에 올랐다면, 이번 ‘용팔이’를 통해서는 오랜 기간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연기련 논란을 털어낼 수 있었다. 물론 여전히 특정 장면에서는 어색한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지만, 시청자들이 극에 몰입하는데 방해될 정도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간 CF나 화보를 볼 때는 청순하거나 예쁘다고만 여겼던 얼굴이 도도한 표정과 냉철한 말투로 더할 나위없는 악역으로 바뀐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그러다가도 상대역인 주원을 마주했을 때는 영락없이 사랑에 빠진 여인의 모습으로 변신하며 한여진이라는 캐릭터에 녹아든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김태희 측은 OSEN에 “김태희씨가 그 동안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번 한여진 캐릭터에 독을 품었다고 할 수 있다”라며 “최대한 내려놓고 자연스럽게 하려고 한다”며 본인 역시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음을 밝혔다.
‘용팔이’ 마지막회에서는 자신을 괴롭했던 악의 무리들을 처단하고 성공적으로 수술을 받아 주원과 해피엔딩을 맞은 김태희의 모습이 그려졌다. 급하게 마무리된 듯한 전개는 그간 방송을 지켜본 시청자들을 허탈하게 만들었지만, 김태희에게는 결코 손해가 아니었다. ‘용팔이’를 통해 보여준 배우 김태희의 가능성은 앞으로 그가 택할 차기작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과연 이 기세를 이어나가 연기력 논란과는 거리가 먼 배우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용팔이’의 후속으로는 오는 7일부터 ‘마을’이 방송된다. 평화로운 마을에 암매장된 시체가 발견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로, 문근영과 육성재가 주연을 맡아 출연한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용팔이‘ 방송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