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용팔이’(극본 장혁린, 연출 오진석)가 지난 1일 18회로 종영됐다. 간암에 걸렸던 한여진(김태희 분)은 김태현(주원 분)의 도움으로 무사히 수술을 받고 깨어나는 행복한 결말이었다.
지난 8월 5일 첫 방송된 ‘용팔이’는 ‘장소불문 환자불문’ 고액의 돈만 준다면 조폭도 마다하지 않는 실력 최고의 돌팔이 외과의사 ‘용팔이’가 병원에 잠들어 있는 재벌 상속녀 ‘잠자는 숲속의 마녀’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는 스펙터클 멜로드라마로, 시청률 보증수표라 불리는 주원의 복귀작으로 시작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이를 반증하듯 첫 회부터 11.6%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수목극 1위 자리에 올랐다. 용팔이의 활약과 그가 돈을 밝히는 속물의사가 되고 조폭 왕진을 다닐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드러난 1, 2회 방송 후 시청자들은 가뭄에 단비라도 만난 듯 ‘용팔이’에 열광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극찬이 이어졌다.
이후 시청률은 상승 곡선을 그렸고, 방송 6회 만에 20%가 넘는 시청률을 얻으며 승승장구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화제성이나 완성도만 놓고 봤을 때 ‘용팔이’만한 드라마가 없었다.
하지만 잠 자고 있던 여진이 깨어나 태현과 급작스럽게 사랑에 빠지는 전개가 이어지는 순간부터 스토리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용팔이’ 역시 ‘기승전연애’라는 한국 드라마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또 과도한 PPL과 CF를 연상케 하는 김태희의 예쁘기만 한 연기는 극적 몰입도를 떨어뜨렸다.
늘 여진의 복수는 예고만 된 채 답보 상태를 유지, 속 시원한 전개를 기다리는 시청자들을 오매불망 기다리게만 만들었다. 김태희가 긴 머리카락까지 자르고 자신을 12층에 가둔 이들에게 피의 복수를 시작하자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가 했지만, 2회 연장이 결정됨과 동시에 극은 엿가락처럼 다시 늘어졌다. 결국 ‘용팔이’는 개연성 없는 전개에 대한 질타와 용두사미 드라마라는 오명을 안은 채 종영을 맞이했다.
그럼에도 ‘용팔이’가 의미 있는 건 이 드라마가 막장으로만 치닫는 단순 복수극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진의 복수를 멈추려고 무던히 애쓰던 태현과 이 말을 듣지 않고 복수를 감행해 또 다른 복수의 대상이 된 여진을 통해 작가가 말하려던 건 복수는 복수를 부를 뿐 진정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 때 복수의 대상이었던 이 과장(정웅인 분)이 여진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끊임없이 이어지던 복수의 고리를 끊어낸다는 결말을 보여줬다.
또 시청자들의 원성을 들으면서도 20% 안팎의 시청률을 끝까지 유지하며 드라마계를 들썩이게 만들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 하다. 워낙 콘텐츠가 다양해져 이제는 두 자릿수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드라마가 드문 상황에서 끝까지 20% 가까이의 시청률을 얻었다는 건 그만큼 ‘용팔이’의 파급력이 대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팔이’의 고무적인 흥행을 본 여타의 작가들과 제작 관계자들이 희망을 얻는 건 당연한 일이다. SBS 새 월화극 ‘육룡이 나르샤’의 집필을 맡은 박상연 작가 역시 “‘용팔이’ 히트를 보면서 시청자층이 이탈한 것은 아니라며 안심을 한다”며 작가로서 가졌던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비록 작품의 완성도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지만 ‘용팔이’의 뼈아픈 평가들을 교훈 삼아 앞으로 더 많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릴 수 있는 드라마들이 많이 탄생될 수 있기를 바란다. /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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