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그녀는 예뻤다’가 시청률 4%에서 출발해 새로운 수목드라마 왕좌를 노리게 된 것은 재밌는 이야기의 힘도 크지만 배우 황정음의 역할이 상당하다.
황정음은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에서 스스로도 못 생겼다고 생각하는 김혜진을 연기하고 있다. 어렸을 때는 미모가 출중했기에 갑자기 외모가 망가진 그는 외모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자존감이 바닥이고, 외모를 가꾸는 일은 거리에 두고 있는 여자다.
그래서 머리는 부수수한 폭탄 머리이고, 얼굴은 주근깨로 가득하며, 옷 역시 촌스럽기 그지 없다. 화려한 의상과 예쁜 화장은 할 수도 없는 인물을 연기하는 건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황정음이다. 그가 연기력을 인정받은 것은 2013년 ‘비밀’이었다. 이 드라마 역시 ‘그녀는 예뻤다’와 마찬가지로 낮은 시청률로 출발해 동시간대 1위에 올라섰다.
황정음은 이 드라마에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눈물 연기로 ‘황정음을 보고 울 줄 몰랐다’는 어떻게 보면 그간의 노력을 보상받는 기분 좋은 칭찬을 받았다. 걸그룹 멤버로 데뷔한 후 연기력에 대한 혹독한 평가를 받았던 황정음. 어느새 그는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했고, 연기가 어색하단 지적에서 벗어났다.
그가 출연했던 숱한 작품들이 인기를 끌었던 것은 이미 유명한 일. 드라마가 흥행을 거둔 것은 차치하고 황정음은 1년에 두 작품씩은 꼬박하면서 어떤 캐릭터를 맡아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연기력을 키웠다. 로맨틱 코미디에서는 웃기면서도 여자들의 로망을 자극하는 캐릭터로 변신했고, 정통 멜로드라마에서는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탈바꿈했다. 이번 ‘그녀는 예뻤다’에서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맛을 살리는 통통 튀는 연기와 망가짐의 두려움 없이 혜진의 짠한 구석을 잘 표현하고 있다.
사실 이 드라마는 여주인공이 예쁜 모습과 거리가 멀기에 여배우로서 주저함이 있을 수 있다. 허나 황정음은 작정하고 망가졌고, 그 망가짐 속에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게 설득력 있는 캐릭터 묘사로 혜진이라는 인물에 감정 대입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혜진이 왜 첫 사랑 지성준(박서준 분) 앞에 당당하게 나서지 못하는지, 왜 매사 자신감이 없는지가 황정음의 섬세한 감정 표현과 절절한 대사로 시청자들에게 완벽하게 전달되고 있다.
이 드라마는 시청률 4%로 출발해 10%를 넘기는 기적을 이뤘다. 요즘 드라마가 두자릿수 시청률 넘기도 힘들고, 심지어 경쟁 드라마가 20%를 넘는 SBS ‘용팔이’였는데도 무서운 입소문 덕에 ‘용팔이’가 떠난 빈자리를 채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같은 보고도 믿지 못할 기적은 시청자들이 혜진이라는 인물에 푹 빠지게 만든 황정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 jmpy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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