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금토드라마 ‘두 번째 스무살’을 집필하고 있는 소현경 작가는 대학생이 된 38살의 하노라(최지우 분)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 근간에는 가족애가 있다. 무용을 하며 찬란히 빛났던 고교 시절, 지금의 남편 김우철(최원영 분)을 만나 사랑을 하고 아이를 가지게 된 하노라는 자신의 꿈을 접고 독일로 떠났다.
그렇게 20년을 오로지 가정주부로만 살았다. 그리고 이제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철에게 이혼을 요구당하고, 아들 민수(김민재 분)에게는 무시당하는 처지가 됐다. 결국 노라는 우철과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대학에 들어갔고, 그 곳에서 자신이 잃어버린 스무살을 되찾기 시작했다.
처음엔 노라를 멀리 하던 학생들도 순수하지만 용기와 의리가 있는 노라에 서서히 마음을 열었다. 특히 아들 민재는 엄마의 진짜 속내를 알게 되면서 노라의 대학 생활을 응원했다.
또 지난 2일 방송에서 노라는 민재에게 이혼 허락을 구하는 동시에 “넌 네 인생만 생각했으면 좋겠어.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고 열중할 수 있을 때 열중했으면 좋겠어. 엄마처럼 후회하는 일 안 하고 살았으면 좋겠어”라고 조언을 건넸다. 그리고 이는 민재 스스로 진짜 어른이 되는 때를 고민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소현경 작가는 이전부터 주인공의 내면적 성장을 통해 가족들이 소통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을 주로 써왔다. 스타 작가로 발돋움하게 해준 한효주 이승기 주연의 드라마 ‘찬란한 유산’부터 ‘검사 프린세스’, ‘49일’, ‘내 딸 서영이’, ‘투윅스’까지, 소현경 작가는 작품 속에서 따뜻한 가족애를 계속해서 그려왔고 이는 한결같이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찬란한 유산’ 속 고은성(한효주 분)이 많은 이들의 신임을 얻게 되는 것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하나 밖에 없는 동생을 돌보며 아무 구김 없이 살아가는 밝음에서 기인한다.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했던 선우환(이승기 분)은 이로 인해 트라우마를 얻게 됐고, 시청자들이 박준세(배수빈 분)라는 인물에 연민을 느끼는 것도 아버지를 사랑하는 한 아들이라는 점이었다.
‘검사 프린세스’의 마혜리(김소연 분)의 성장은 서인후(박시후 분)와의 사랑 때문이었지만, 그 바탕에는 가족애가 있었다. 서인후가 마혜리에게 접근한 이유는 아버지에게 씌워진 누명을 벗기고 복수를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마혜리 역시 끝까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놓지 못했다.
또 ‘49일’ 속 사고를 당해 뇌사 상태에 빠진 신지현(남지현 분)과 그녀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아버지(최정우 분)와 어머니(유지인 분)의 가족애는 눈물겨웠다. 소현경 작가는 송이경(이요원 분)과 신지현이 자매였다는 결말로 극을 마무리 지으며 끝까지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이보영이 자신의 연기 인생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는 ‘내 딸 서영이’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아버지가 전하는 딸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가정 형편 때문에 타인과 소통하는 법을 전혀 모르던 이서영(이보영 분)이 새로운 가정을 꾸리게 되고, 그 속에서 성장을 하면서 아버지(천호진 분)의 내리사랑을 깨닫게 됐다. 소현경 작가는 이를 촘촘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그려내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의미 없이 삶을 살다 살인누명까지 쓴 한 남자 장태산(이준기 분)이 자신에게 백혈병에 걸린 어린 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딸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의 ‘투윅스’는 눈물 나는 부성애로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던 드라마다. 이번 ‘두 번째 스무살’ 역시 소현경 작가 특유의 따뜻한 감성을 통해 만들어진 각 캐릭터들이 서로 부딪히면서 소통하고, 또 그 속에서 진짜 가족애와 사랑을 찾아나간다. 마혜리가 그랬고, 이서영이 그랬으며, 하노라 역시 마찬가지다.
혼자 사는 방법을 몰라, 겁이 나고 두려워서 피하기만 했던 예전 하노라는 없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알고, 그래서 이제는 스무살의 성장통을 겪고 있는 아들까지 위로하고 조언할 줄 안다. 이는 그간 노라를 무시하기만 했던 우철의 마음까지 바꿔놨다. 그리고 시청자들 역시 당당해진 노라의 삶을 응원하고 있다. 앞으로 노라가 현석(이상윤 분)과 못다한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소현경 작가가 그려낼 노라의 인생이 밝디 밝을 것이라는 건 믿어 의심치 않는다. /parkjy@osen.co.kr
[사진] ‘두 번째 스무살’ 방송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