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특별기획전을 시작한 가운데, 지난 해 큰 인기를 누렸던 ‘토토가’의 재탕 우려를 대놓고 드러냈다. ‘토토가’가 1990년대 인기 노래를 추억하는 시간이었다면, 2위를 한 ‘토토드’는 드라마 ‘전원일기’의 향수를 자극하는 구성. 어찌 보면 대놓고 재탕인데 ‘무한도전’은 이 같은 약점을 숨기지 않고 전면에 배치하며 오히려 웃음 요소로 활용했다.
지난 3일 방송된 ‘무한도전’은 멤버들이 기획하고 섭외를 하는 특별기획전의 시작을 알렸다. 10개의 기획 중에 실제 제작에 돌입한 기획은 상위권인 3개. 몰래 카메라 대상 스타에게 미리 예고를 한 후 당하느냐, 막느냐 대결을 벌이는 ‘예고제 몰카’, 드라마 ‘전원일기’를 다시 안방극장에 내놓는 ‘토토드’, 연예계 대표 바보들이 출연해 해명의 자리를 갖는 ‘바보 전쟁’이 주인공이다.
그 중에서 ‘토토드’는 드라마 ‘전원일기’ 배우들을 만나고, 직접 드라마로 다시 만드는 과정을 담는 구성. 지난 해 1990년대 인기 가수들을 만나고, 다시 무대에 올리는데 주력한 ‘토토가’의 드라마 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기획은 ‘토토가’의 우연치 않은 대박을 이끈 박명수와 정준하가 제안했다. 멤버들은 ‘토토드’에 대해 ‘토토가’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박명수와 정준하가 다른 기획에 날카로운 지적을 하자 “‘토토가’ 잘됐다고 그러는 거냐”라고 일부러 빈정거리며 기싸움의 재미를 선사했다.
사실 세상 아래 창의적인 기획이 없다고, ‘토토드’를 비롯해 이날 나온 기획들은 기존 프로그램의 구성을 살짝 변형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예능 기획이 재탕이라고, 우려먹기라고 트집을 잡기는 참 쉽지 않다. 아무리 비슷한 구성이고, 신물나게 많이 방송을 했더라도 얼마나 새롭게, 재기발랄하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시청자가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르기 때문.
이날 ‘무한도전’이 ‘토토드’가 ‘토토가’의 아류라고, 인기에 편승하는 것이라는 분위기를 확 드러낸 것은 멤버들이 티격태격하면서 기획을 보완하고 수정하는 과정이 더 큰 재미를 선사하기 때문일 터다. 실제로 연예계 대표 바보들을 모으는 ‘바보 전쟁’은 섭외 난항을 해결하기 위해 ‘바보 전쟁 순수의 시대’라는 아름다운 제목을 갖다붙였고 해명의 시간을 갖게 해주겠다고 수정 제안하는 순발력이 발휘되기도 했다. 방송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도전인 이 프로그램은 모든 도전을 하는데 있어서,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재탕이라고, 어떻게 보면 치명적일 수 있는 구멍을 대놓고 강조한 ‘무한도전’의 영민한 숨은 전략이다. / jmpyo@osen.co.kr
[사진]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