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소담 인턴기자] 정말로 있어서는 안 되지만 서울에 재난이 닥친다면 이런 모습일까. 사람의 목숨에 경중을 따지고 살기 위해 도덕성까지 내던진 혼돈의 현장이다. 그럼에도 희망은 한 줄기 있다. 누군가는 이 상황에서도 자신의 이득을 챙기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 한편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겠다고 자신의 목숨을 내던졌다.
지난 3일 오후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디데이' 6회에서는 미래병원이 전력 부족으로 인해 이틀 안에 폐쇄될 위기에 놓였다.
이날 '디데이'의 포문을 연 재난 특임장관 구자혁(차인표 분)은 "재난의 골든타임은 72시간이다. 제발 좀 움직여라"라며 카리스마를 보였지만 뒤에서는 "특별히 제 지역구인 용광구도 부탁드린다"라며 당부했다. 재난 상황에서 내뱉을 말로는 적절치 못했다. 이는 구자혁이 재난을 개인적인 기회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원님"이라는 호칭에도 "장관님"이라고 정정해주며 불쾌함을 드러낸 것도 그가 갖고 있는 야망을 잘 보여준다.
한정된 자원에 인정도 저버렸다. 산모와 아이를 살리기 위해 기름을 구하러 나선 가장은 냉정한 사회와 맞닥뜨렸다. 어렵사리 기름을 퍼다 파는 주유소를 찾아냈지만 인정에 호소해도 기름 대신 얻는 건 "줄 제대로 서라"라는 말과 집단 폭행뿐이었다. 은소율(김정화 분)의 "밖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는 충고가 딱 들어맞는 장면들의 연속이다. 이해성은 환자를 살리기 위해 혈액원으로 직접 향했지만 갖고 있던 오토바이를 빼앗기고 말았다.
그렇다면 궁지에 몰린 인간의 민낯은 다 악하다는 말인가. '디데이'에서는 그럼에도 희망을 놓을 수 없는 인물들을 배치해 놨다. 인간애로 대표되는 의사 이해성, 정똘미(정소민 분)를 비롯해 안대길(이성열 분)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안대길은 미역국도 먹지 못한 산모를 위해 자신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역국을 끓여주는 따뜻한 모습을 보여줬다.
'디데이'가 시청자들로부터 호평 받는 이유에는 사실보다 더 사실 같이 현실을 그려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겪어온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직면했던 현실과 비슷하다는 것인데 여기서 공감을 이끌어낸 것이다. 여기서 시청자들은 결국 인간애가 이기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결정적인 순간에 인간애를 발휘하는 한우진의 변화 등을 말이다. 현실과 같은 답답한 상황에서 인정이 통쾌하게 승리하는 모습이 어떻게 그려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디데이'는 서울 대지진, 처절한 절망 속에서 신념과 생명을 위해 목숨 건 사투를 벌이는 재난 의료팀의 활약상을 그린다. / besodam@osen.co.kr
[사진] '디데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