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마을 다이어리', 고레에다 히로카즈식 가족이란 [20th BIFF]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5.10.04 15: 20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그린 가족은 드라마틱하지 않다. 그가 그려낸 가족은 함께 밥을 먹고, 옷과 요리법을 물려받고, 사소한 것으로 티격태격 싸우다가도 결국엔 서로에게 영원한 집이 되는, 생각만으로 따뜻한 관계다. 
'바닷마을 다이어리'(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는 예쁘고 잔잔한 네 자매의 성장영화다. 큰 갈등이 드러나지 않지만, 어색했던 존재들이 조금씩 더 단단하고 따뜻한 가족으로 묶여가는 이야기를 예쁜 화면 속에 동화처럼 담았다.
영화는 아버지의 장례식에 가게 되는 세 자매 사치, 요시노, 치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바다를 품은 도쿄 근교 카마쿠라에 사는 세 자매는 어린 시절 다른 여자와의 불륜으로 가정을 깨고, 재혼을 해 살고 있었던 아버지의 장례식에 찾아가게 된다. 장례식에서 만난 것은 배다른 동생 스즈다.

중학생인 스즈는 아버지가 죽고 난 후 새어머니와 함께 남겨진 상황. 스즈의 처지에 안쓰러움을 느낀 맏이 사치는 함께 살 것을 제안하고, 그렇게 스즈는 세 자매가 살고 있는 카마쿠라 집으로 오게 된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집에서 벌어지는 네 자매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그리지만, 그 중에서도 맏이 사치와 배다른 막내 스즈의 관계에 주목한다. 두 사람은 모두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을 경험하고, 상처를 안고 살아오며 남들보다 조금 더 어른스럽게 자랐다. 사치는 일찍이 이혼한 부모님으로 인해 동생들을 돌보며 엄마 노릇을 해야했고, 아버지의 불륜으로 인해 태어난 스즈는 자신을 "누군가에게 존재만으로 상처가되는 존재"로 여기며 미안해 한다.
아야세 하루카(사치 역), 나가사와 마스미(요시노 역), 카호(치카 역), 히로세 스즈(스즈 역)가 그리는 네 자매는 하나같이 예쁘고 성숙하다. 가족 드라마에서 흔히 등장할만한 튀는 성격의 인물은 없다. 따뜻하게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해간다. 자칫 밋밋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 이런 착한 면은 오히려 흔히 떠올릴 수 있는 통속적인 가족간의 갈등을 일부러 피해 간듯한 느낌을 줘 신선하다. 
심각한 사건이 없는 대신, 시간이 갈수록 진짜 자매가 되는 스즈와 자매들의 미묘한 변화들을 보는 것이 재밌다. 또 가족 및 주변인물들의 장례식과 제사 등의 에피소드는 자매들의 소소한 에피소드와 병치돼 지금 내 옆에 있는 가족의 따뜻함과 소중함을 강조한다.
유독 식사를 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 점도 흥미롭다. 네 자매는 집 안에서도, 단골집 바다 고양이 식당에서도, 연인을 만나서도 끊임없이 식사를 한다. 함께 할머니가 알려준 방법으로 매실주를 담궈 마시기도 하고, 할머니의 레시피로 카레를 만들어 먹거나, 아버지가 즐겨 먹었던 어린 물고기 밥을 해먹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 음식이란 가족과 가족을 연결해주는 '연결 고리'와도 같다. 이처럼 한솥밥을 먹는 것의 의미는 사소해 보여도 사소하지 않다. /eujenej@osen.co.kr
[사진] '바닷마을 다이어리'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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