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남에게 해를 입은 자나 남의 것을 탐한 자에게는 인과응보(因果應報)라는 말이 붙었다. 나쁜 일에는 나쁜 결과가 따른다는 것. 이는 한 부부를 파탄에 이르게 만든 장본인 박한별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질긴 인연인 듯 다시 만나게 된 지진희와 김현주의 모습을 보고 두려움에 떨기 시작한 것.
지난 4일 오후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극본 배유미, 연출 최문석) 12회에서는 기억을 잃은 채 자신이 독고용기인 줄 알고 살아가는 도해강(김현주 분)과 재회한 진언(지진희 분)과 설리(박한별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설리는 도해강을 밀어내고 겨우 진언의 옆자리를 차지했지만, 여전히 도해강의 그림자를 지울 수는 없었다. 진언의 가족은 그를 가족이 아닌 손님으로 대하며 날을 세웠고, 심지어는 ‘도해강’으로 부르는 등의 행동으로 수모를 안겼다. 이는 진언도 마찬가지. 설리는 태석(공형진 분)을 에게 도해강의 행방을 묻는 진언의 모습을 보고 분노에 휩싸였다.
두 사람이 살 오피스텔마저 도해강의 취향으로 꾸며진 것을 보고 결국 폭발한 설리는 물건들을 던지고 소리치며 패악을 부렸다. 이어 그는 "둘이 아니라 셋이 있는 것 같다. 늘 그 여자랑 셋이 있는 것 같다. 어딜 가나 따라 다녀. 미국에 가도 한국에 가도 평창동에 가도, 새 오피스텔에 와도"라며 초라한 속내를 드러냈다.
급기야는 여자로서의 자존심마저 버려야했다. “나 선배한테 사랑한다는 말 들은 적 없다. 나 좀 사랑해 달라. 선배가 프러포즈할 때까지 기다릴거다”며 사랑을 구걸한 것. 앞서 두 사람을 향해 연인이 아닌 장학생과 지도 교수 같다고 비꼰 진리(백지원)의 말을 의식한 대사였다.
하지만 설리의 불행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영영 볼 일 없을 줄 알았던 도해강이 두 사람의 앞에 다시 나타난 것. 초조해진 설리는 직접 확인하기 위해 도해강과 함께 있던 백석을 찾았고, 그를 향해 “정말 기억을 잃은 게 맞냐. 본인이 독고용기가 아닐 수도 있지 않냐”라며 빤히 꼼수가 보이는 질문을 던졌다.
지나친 욕심을 결국 화를 불렀다. 집에 가겠다는 백석과 도해강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 설리 덕분에 도해강과 진언이 다시 만나게 된 것. 거기다 방송 말미에는 진언은 과거 자신과의 추억이 담긴 도해강의 벨소리를 듣고 그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그려지며 두 사람은 끊어질 수 없는 사이임을 암시했다.
설리를 연기하는 박한별은 이번 악역 변신을 통해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는 ‘분노 유발자’로 등극했다. 게다가 지진희와 김현주가 악연인 듯 인연인 듯 다시 재회하는 모습으로 그에게는 불안함과 죗값만이 남은 상태. 그에게 어떤 시련이 닥치며 ‘사이다’ 같은 통쾌함을 선사할지 앞으로의 전개에 귀추가 주목된다.
'애인있어요'는 기억을 잃은 여자가 죽도록 증오했던 남편과 다시 사랑에 빠지는 동화 같은 사랑과 절망의 끝에서 운명적으로 재회한 극과 극 쌍둥이 자매의 파란만장 인생 리셋 스토리를 담은 드라마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애인있어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