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는 낮에도 별(스타·연예인)이 뜬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에는 더욱 많은 영화배우들이 참여해 뜻 깊은 자리를 함께 했다. 영화를 감상하고, 그 영화 속 주인공들을 현장에서 직접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설레는 일인가. 해운대를 찾은 배우들은 영화를 사랑하는 팬들의 열정에 다양한 팬 서비스로 화답하며 이번 영화제를 뜨겁게 달궜다.
개막식부터 화끈했다. 지난 1일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개막식 행사. 이날 오후 재난청에서 거센 비바람으로 강풍경보 문자가 발송되는 등 날씨는 짓궂었지만, 영화의 전당은 스타들들 보기 위해 모인 팬들로 가득 들어찼다. 무대 인사가 진행되는 해운대 비프빌리지부터 길거리, 남포동 비프광장 등에는 영화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바다.
이 같은 열성에 스타들은 유쾌한 입담으로 감사함을 대신했다. 5일, ‘부산국제영화제’가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 그간 이들이 남긴 어록(?)을 정리해 봤다.
송강호 “유아인이 정우성 보다 훨씬 인기가 많은 것 같네~”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큰 인기를 자랑한 배우는 유아인이었다. 그는 어딜 가든 구름 같은 관중들을 몰고 다녔고, 무대인사 자리는 순식간에 팬미팅이 되기도 했다. ‘사도’ 무대인사에 어마어마한 팬들이 몰려 일대가 마비되자 함께 자리한 송강호는 “8년 전에 영화 ‘놈놈놈’으로 이 곳에 왔었는데, 그 당시보다 훨씬 뜨거운 것 같다. 아마 유아인이 정우성보다 훨씬 인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하기도.
유아인 “나의 자랑이요? 송강호·황정민 선배와 함께 연기 했다는 것이죠”
유아인은 자신의 인기에 대해 “실감은 잘 못했는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큰 환대를 받아 이제야 실감이 난다. 내가 자랑할 게 뭐가 있겠느냐. 황정민과 송강호와 함께 작업했다는 것이 유일하다. 내가 젊다 보니까 나에게 포커싱이 맞춰졌지만 ‘베테랑’의 류승완 감독과 황정민, ‘사도’의 이준익 감독과 송강호가 있어서 가능했던 결과”라고 말하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황정민 “중국 진출? 난 한국말 제일 잘 하는데”
국민 배우 황정민은 일정에도 없던 관객과의 대화에 깜짝 등장해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관객들은 그에게 중국 진출에 대한 생각을 물었고, 황정민은 “중국 대본이 들어온 적이 전혀 없다. 중국이 나란 배우를 알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중국 진출을 하겠다 안 하겠다가 문제는 아니고, 나에게 중요한 건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 이야기라는 좋은 선물을 가지고 관객들에게 줄 때, 소통을 할 수 있느냐 안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대신 나는 한국말을 제일 잘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여기서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나갈 사람들은 빨리 내보내 주시고 남을 사람은 남겠다”고 밝혀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안겼다.
류승완 감독 “‘사도’ 보면 조태오 죽는 것 볼 수 있어”
황정민과 함께 자리한 류승완 감독의 입담도 빛났다. 그는 “내가 만든 영화중에 이렇게 여성 관객이 많이 오는 영화는 처음이다. 그것은 옆에 있는 유아인의 공로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아인과 의기투합해 작업하는 게 좋았다. 이 영화 보고 조태오의 결말에 대해 나쁜놈인데 저렇게 불만이다. 그런 분 많은데, 그런 분들은 '사도'를 보시면 된다. 조태오가 뒤주에 갇혀 죽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도’ 많이 봐달라”고 재치있게 말해 웃음을 샀다.
전도연 “내 딸, 나보다 연기 못하면 배우 말릴 거예요”
전도연의 딸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는 관객과의 오픈토크에서 “내 딸이 나보다 연기를 못하면 말릴 것 같다”라고 밝혔다. 그는 딸이 배우가 된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말에 “나보다 못하면 하지 말라고 할 것 같다. 칸의 여왕 넘지 못하면 말릴 것이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최동훈 감독 “‘암살’ 프리퀄, 만들어 볼 생각 있어요”
최동훈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 중 한 관객으로부터 프리퀄을 만들어볼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일제 강점기가 시작될 무렵 이야기가 재미있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하려면 감독이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이 이야기를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느낄 때 해볼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암살’ 프리퀄을 기대해 봐도 될 것 같다.
강하늘 “맛있는 거 마이 묵고~”
강하늘의 팬 서비스는 강렬했다. 영화 ‘스물’ 무대인사 자리에서 그는 “사실 저 고향이 부산이다”라고 말했고, 팬들은 그에세 사투리를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강하늘은 부산 사투리의 억양으로 “맛있는 거 마이 묵고 재미있게 잘 놀다 갈게~”라고 말해 큰 박수와 호응을 이끌어 냈다.
이병헌 감독 “김우빈 부상에 아시아 역적 될 뻔했어요. 울 뻔했죠.”
김우빈은 소중하니까요. ‘스물’의 이병헌 감독은 “김우빈이 촬영 중 다쳤다. 그 때 감독으로 의연한 척했지만, 마음이 타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시아의 역적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울 뻔했다"고 표현해 읏음을 자아냈다.
이광수 “사랑해요, 부산. 니하오, 쎼쎼”
아시아 프린스의 인기도 대단했다. 영화 ‘돌연변이’ 무대인사로 부산을 찾은 이광수는 자신을 향한 팬들의 뜨거운 환호와 화끈한 반응에 “사랑해요 부산”이라고 말한 뒤 현장을 찾은 중국 팬들에게 중국어로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니하오, 씨에씨에”
틸다 스윈튼 “지드래곤과 함께 작업하고 싶어요~”
틸다 스윈튼의 한국사랑도 못말렸다. 영화 '비거 스플래쉬' 기자회견에서 “한국 배우 중 누구와 작업을 해보고 싶으냐”는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지드래곤과 하고 싶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설국열차’를 함께한 봉준호 감독에 대해서는 “그는 훌륭한 감독이다. 클래식한 시네마를 잘 만드는 감독이다. 같이 작업하는 건 영광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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