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데이’ 속 김영광 같은 의사가 현실에 한 명쯤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JTBC 금토 드라마 ‘디데이’(극본 황은경, 연출 장용우)에서 사람을 살리는 데 최우선 가치를 둔 일반외과의 이해성 역을 맡은 김영광이 서울 대지진이라는 대참사 속에서 오롯한 신념으로 위기의 순간마다 환자를 구해내며 새로운 희망을 썼다.
지난 2일과 3일에 방송된 ‘디데이’에서는 전기, 물, 의약품, 그리고 연료와 통신까지 위태로운 최악의 상황에서도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는 김영광의 모습이 그려졌다.
김영광이 분한 이해성은 과거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었다. 같은 사고로 어머니는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식물인간 상태로 지금껏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혼자 살아남은 데다 눈앞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트라우마로 더욱더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강박과 비슷한 집착을 지닌 인물이다.
이러한 해성의 의지는 때로 무모해 보이기도 하다. 장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수술을 강행하거나 다른 의사들이 ‘폭탄’이라 칭할 정도로 예후가 좋지 못한 환자도 포기하는 법이 없다. 일반외과의지만 응급 상황에서 미숙아 쌍둥이를 받아내기도 한다. 급기야 교과서에서만 보던 무수혈 데미지 컨트롤을 시행해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기도 했다.
현실에서는 가능성보다 불가능성이 더 커 보이는 상기 케이스 모두 기적처럼 살았다. 시청자들은 다행이라 함께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한편으로는 해성의 이러한 행동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기도, 드라마이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극대화된 설정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극 중 현실은 대재난이다. ‘디데이’ 속 사람들은 상상해본 적 한 번 없을 엄청난 자연재해 앞에 망연자실하고, 무기력한 인간의 한계를 여실히 느끼고 있다. 심지어 정치인들은 그 와중에도 늦장을 부리며 이익을 셈한다. 지극히 있을 법한 상황에 왠지 씁쓸해진다.
그 때문에 히어로 같은 해성의 존재는 역으로 판타지로 보인다. 생존율 10% 미만의 환자도 턱턱 살려내고 밤중에 바이크를 타고 혈소판을 구하려 폐허가 된 서울을 달리기도 하는 행동은 둘째 치고, 아무런 대가 없이 순수한 목적만으로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이 요즘 보기 드물기 때문이다. 극 중에서도, 밖에서도 해성을 향한 냉소는 어쩌면 해성이 짊어져야 할 무게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해성은 조금씩 절망 속에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극한의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서로를 적으로 보던 사람들도 해성에게 조금씩 동화되어 가고, 생명의 존엄성을 다시금 깨닫는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던 사람들에게도 조금씩 의미 있는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김영광은 회가 거듭될수록 이러한 해성을 한층 더 촘촘히 완성해가고 있다. 뛰어난 배역 몰입도는 보는 이들 역시 해성에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눈에 보이는 대재난은 아니지만, 그만큼이나 지독한 현실에 해성 같은 히어로를 꿈꾸게 한 것이다.
한편 ‘디데이’는 서울 대지진, 처절한 절망 속에서 신념과 생명을 위해 목숨 건 사투를 벌이는 재난 의료팀 DMAT의 대활약과 가슴 저릿한 인간애를 그린 휴먼 드라마이다. 매주 금, 토 오후 8시 30분 방송./kangsj@osen.co.kr
[사진] ‘디데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