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현숙은 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의 한가운데서 이영애의 역사를 써왔다. 시청자들이 영애와 함께 마음 졸이고 애태우고 울고 웃은 세월이 올해로 9년이다. 김현숙이 이영애요, 이영애가 곧 김현숙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의 능청스럽고 재치 있는 생활 연기가 영애를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만들었다.
시즌 14에서는 낙원사를 그만 둔 영애가 어엿한 사장이 됐다. 그녀에게 창업이란 벼랑 끝에서 선택한 최후의 생존 수단이다. 새로울 것 없던, 너무도 평범한 인생에 도전과 같은 큰 결심하고 새로운 길에 뛰어든 영애의 모습이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이에 지난 12회 방송분에서 3.5%(닐슨코리아 제공)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이는 이영애의 고단한 직장 생활, 그 옆을 지키는 두 남자 김산호(김산호)와 이승준(이승준)과의 삼각관계가 현실을 기반으로 재미있게 그려져 일상을 사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친 덕분이다. 이번 시즌의 핵심은 이영애의 사랑과 결혼. 혼수 문제로 파혼했다가 2년 만에 다시 돌아온 산호와 거래처에 사기를 당하고 사장 자리까지 잃은 승준, 두 사람이 동시에 영애에게 구애하면서 흔들어 놓았다.
배우 김현숙은 OSEN에 "저 역시 승준과 엇갈린 부분은 안타깝고 답답했다. 산호와의 관계에서 영애가 뜨뜨미지근하게 행동한 이유는 과거에 사랑했지만 아픈 기억이기 때문"이라며 "집안에서도 딸의 결혼에 온 관심이 쏠려있는데 영애가 오죽하면 파혼을 했겠나. 다시 그 가시밭 길을 가고 싶지 않아서다. 제가 영애의 입장이라면 산호한테 섣불리 마음을 열 수는 없었을 것 같다"고 개인적인 생각을 전했다.
시즌1부터 시작된 영애의 애정사를 쭉 지켜본 시청자들은 이제 영애가 사랑을 이루고 아내이자 엄마로서 제2막을 열길 기대한다. 김현숙은 시즌 15에서는 영애가 결혼에 골인하길 바라면서도 "역시나 영애가 고군분투하는 삶을 다룰 것 같다. 이번 시즌에 영애의 러브라인이 많이 나왔지만 앞으로도 '막영애'가 열심히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삶을 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5일 방송된 마지막 회에서는 낙원사 사장 조덕제(조덕제 분) 대신 영애가 일을 따내 창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하지만 영애를 둘러싼 승준, 산호와의 삼각 러브라인이 정리되지 못해 시즌15에서 펼쳐질 것을 암시했다.
▲'막영애' 시즌14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왔나.
"저는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해왔다. 여자가 리더가 돼 극의 중심을 잡는 드라마가 국내 여건상 힘들고 거의 없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신선한 포맷으로, 다른 드라마와 차별되는 여러 가지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사랑을 받아 온 것 같다. 다만 여기까지 왔지만 언제 끝나게 될지 모른다. 늘 '이번이 마지막 시즌이다'라는 마음으로 임했다. 오랜 시간 하다보면 교만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마인트 콘트롤을 했다. 사실 여기까지 왔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때 그때 최선을 다하며 돌아보니 어느새 9년 째 이러고 있네라는 생각이 든다.(웃음)"
▲이번 시즌에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들이 공감할 수 있게 해서 그들과 호흡하고 싶다는 생각이 밑에 깔려 있었다. 제가 좋아하는 배우라는 직업을 택했고, 사람들이 우리 드라마를 볼 때 만큼은 위로를 건네고 싶은 바람이 컸다. 특히 이번 시즌은 창업주들이 공감을 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노력을 기울였다. 영애가 소규모의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가 짤리고 나서 어쩔 수 없이, 무엇이라도 해야되니까 창업을 했다. 그래서 절실한 창업주들의 시선으로 바라봤고 그들이 공감하길 바랐다. 기본적으로는 직장인들을 포커스로 맞췄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창업 후 고사 씬부터 정지순 삼겹살 싸다귀, 영애 만취 댄스 등 여러 가지가 떠오른다.(웃음) 다이내믹한 장면을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지만 가장 영애다운 씬은 술을 마시고 산호에게 대금을 미리 챙겨달라며 '어떻게 좀 해주면 안 되겠니'라고 말하는 부분이다. 영애가 자존심을 세워 일을 안 받으려 했지만 대의를 위해서 희생을 한 부분이 영애 캐릭터를 잘 표현해준 것 같다. 영애가 부끄럽고 창피한 상황이지만 희생하면서까지 직원들을 살리는 모습이 가장 영애스러웠던 것 같다."
▲이번 시즌에는 월화드라마가 되면서 역대 최고 시청을 기록했다.
"항상 연출-대본-배우 등 삼박자가 맞았는데 이번에는 특히 배우들끼리 으쌰으쌰 의기투합을 했다. 매 회차마다 대본을 보고 혀를 내둘렀었다. 다른 드라마에서 10회에 한 번 나올까말까한 힘든 장면이 한 회에 대여섯개씩 있었기 때문이다. 촬영 3일 내내 밤을 새운 것은 물론 중반 이후부터는 이틀씩 보충 촬영을 했다. 이번에 정말 열과 성을 다해서 최선을 다했다. 열심히 했는데 좋아해주셔서 감사하다."
▲시즌14가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으시고 하신 건데 영애를 연기하면서 감정이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다.
"남편 말로는 '눈빛이 더 깊어졌더라'고 하더라.(웃음) 많은 분들이 영애는 노처녀의 아이콘이이자 김현숙 그 자체였기 때문에 결혼을 하고나서 감정 이입이 잘 될지 염려를 하시더라. 근데 첫 방송 후 게시판에 좋은 글들이 많이 올라와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결혼하고 여러 감정을 겪다보니 연기폭이 넓고 깊어진 것 같다."
▲댓글을 일일이 확인하나.
"사람들이 '정말 월요일이 싫었는데 영애씨 때문에 즐거웠다'는 글을 보고 혼자 감동 받았다. 우리 드라마를 통해 위안을 받았다는 말에 굉장히 뿌듯하고 기뻤다. 그것을 보면서 저도 느낀 게 많다. 감사하다."
▲제작발표회 때 합법적 연애가 가능해 좋았다고 했었는데 촬영하면서 마음껏 누렸나.
"좋았죠. 나쁠 건 없었다.(웃음)"
▲승준-영애-산호의 삼각관계가 안타까웠다.
"저 역시 승준과 엇갈린 부분은 안타깝고 답답했다. 한편으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산호와의 관계에서 영애가 뜨뜨미지근하게 행동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그는 과거에 사랑한 아픈 기억이다. 집안에서도 결혼에 온 관심이 쏠려있는데 오죽하면 파혼을 했겠나. 미련을 떠나 다시 그 가시밭 길을 가고 싶지 않아서다. 제가 만약 영애의 입장이라면 산호한테 섣불리 마음을 열 수는 없었을 것 같다."
▲그렇다면 개인적으로 본다면 승준에게 가겠다는 뜻인가.
"산호가 아니기 때문에 승준에게 가겠다는 것은 아니다.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없다. 어쨌든 영애가 둘 중에 누구 하나에게 무조건 가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연인 관계에서 한 번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도 별로 끝이 안 좋지 않나. 정 때문에 마음을 못 비우는 것인데 이미 머리는 알고 있지만 가슴이 안따라주기 때문에 다시 만나는 것리다. 그렇다고 가더라도 결국 끝은 좋지 않다."
▲김현숙이 보는 이영애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영애는 외강내유형이다. 겉으로는 가시 돋히고 냉정할 것 같지만 속은 그 누구보다 부드럽고, 사람에 대한 끈끈한 정이 있다. 영애는 그런 존재다. 저와 비슷한 점이 적지 않다."
▲전국의 노처녀이자 직장인 여성들에게 한마디만 해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노처녀 뿐만이 아니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나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지 않으면 그 사람을 모른다. 누구나 각자 고통이 있고 삶의 무게가 다르다. 힘들어서 불평, 불만을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살아냈으면 좋겠다." / purplish@osen.co.kr
[사진]'막영애14'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