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유혹’이 예상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막장 드라마를 주로 쓴 손영목 작가의 신작인 까닭에 다소 완성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빠르고 흡인력 있는 이야기로 시선을 빼앗았다. 막장 드라마인데 비교적 완성도는 놓치지 않은 ‘고급 막장’으로 출발은 했다. MBC가 경쟁 드라마인 SBS ‘육룡이 나르샤’에 맞서 버리는 카드를 무려 50부작으로 편성할 리는 없었다.
지난 5일 첫 방송된 MBC ‘화려한 유혹’은 비밀스러운 이끌림에 화려한 세계로 던져진 한 여인 이야기로, 상위 1% 상류 사회에 본의 아니게 진입한 여자가 일으키는 파장을 다루겠다는 기획의도로 출발했다.
‘메이퀸’, ‘황긍무지개’ 등 MBC 막장 주말드라마를 집필했던 손영목 작가의 신작인 만큼 첫 방송부터 센 이야기를 내세웠다. 전개도 빨랐다.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휘몰아쳤다.
신은수(최강희 분)는 억울한 횡령 혐의를 받았고, 남편 홍명호(이재윤 분)는 석연치 않은 위협을 당한 후 돈을 빼돌린 정황이 포착된 가운데 자살을 택했다. 드라마는 불과 30분 만에 7년 후의 시간이 흘렀다. 씩씩하게 살아가는 은수는 남편의 죽음과 관련된 사실을 알기 위해서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또 다른 축인 강일주(차예련 분)는 아버지 강석현(정진영 분)의 강압에 의해 사랑하는 남자 진형욱(주상욱 분)과 표면적으로는 헤어지며 파장의 씨앗을 싹틔웠다. 더욱이 형욱은 석현으로 인해 죽을 위기까지 겪으며 석현 가족에게 언젠가는 섬뜩한 복수의 칼을 내밀 것임이 예고됐다. 무엇보다도 1회 막바지에 명호를 죽게 만든 배후에 석현이 있었다는 사실이 공개되며 앞으로의 갈등이 예상됐다.
‘화려한 유혹’은 첫 방송부터 바닥까지 내려간 여자와 성공을 위해 독을 품은 남자의 이야기가 흡인력 있게 그려졌다. 진부한 통속극이었지만 흥미는 있었다.
자극적인 이야기를 좋은 때깔로 포장한 것은 연출의 힘이 컸다. ‘마마’를 통해 정밀하면서도 세련된 연출을 한 김상협 PD는 극성이 센 ‘화려한 유혹’을 젊은 감각을 덧입혀 노후하지 않게 만들었다.
최강희의 연기 변신이 돋보였다. 최강희는 그동안의 발랄한 인물에서 벗어나 풍파를 겪으면서도 진한 모성애로 버티는 은수를 절절하게 표현했다. 옥살이 중 가슴을 치며 딸을 생각하는 엄마 은수의 눈물 연기는 첫 방송의 강렬함을 더했다. 주상욱은 사랑과 성공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형욱으로 완벽하게 변신해, 앞으로 안방극장을 쥐락펴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MBC는 하반기 최대 기대작이자 50부작인 ‘육룡이 나르샤’에 맞서서 휘몰아치는 현대극을 편성했다. 월화드라마에 주로 사극을 배치했던 MBC의 파격 승부수인데, ‘화려한 유혹’은 첫 방송에서 제법 흥미로운 이야기로 안방극장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다만 전작에서 시청자들을 탄탄한 이야기로 설득하는데 부족했던 손 작가가 끝까지 첫 방송에 흘려놓은 비밀들을 제대로 풀어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jmpyo@osen.co.kr
[사진] ‘화려한 유혹’ 방송화면 캡처,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