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룡이 나르샤’, 특명! ‘정도전’ 그늘에서 벗어나라 [첫방①]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5.10.06 06: 42

SBS 새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가 시청자들의 많은 기대 속에 마침내 포문을 열었다. 영화를 보는 듯한 화려한 영상과 구멍 하나 없는 배우들의 쫄깃한 연기력이 더해진 ‘육룡이 나르샤’는 첫 방송부터 시청자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으며 ‘명품 사극’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단 한가지, 우려했던 대로 ‘정도전’이라는 큰 산을 넘어서야 하는 숙제도 동시에 안았다.
지난 5일 첫 방송된 ‘육룡이 나르샤’는 조선의 기틀을 세운 철혈 군주 이방원을 중심으로 한 여섯 인물들의 야망과 성공 스토리를 다룬 팩션 사극이다. 괴짜 같은 성격을 지닌 정도전(김명민 분)과 그를 스승이라 부르는 이방원(유아인 분), 또 그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말하는 땅새(변요한 분)의 강렬한 첫 만남은 고작 2분여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묵직한 존재감으로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이어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이방원(남다름 분)의 어린 시절이 공개됐다. 이방원은 아버지인 이성계(천호진 분)의 용맹함에 존경심을 표하며 무인으로서의 꿈을 키워나갔다. 어린 나이임에도 호기롭고 자유분방한 성격의 이방원은 처음 가본 개성에서 참혹하게 죽어있는 백성과 이인겸(최종원 분)이 여인네들을 잡아가 새끼돼지에게 젖을 물림으로서 정작 아기는 굶어 죽는 상황을 목도하며 절망감에 휩싸였다. 이 과정에서 이방원은 어린 분이(이레 분), 땅새(윤찬영 분)과도 인연을 맺게 됐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이인겸에게 고개를 숙이는 이성계와 그런 아버지를 지켜보는 이방원의 긴장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이인겸은 이성계의 상경에 정치적인 위협을 느꼈고 첩자를 통해 그의 약점을 잡아냈다. 과거 이성계는 쌍성총관부의 우두머리이자 형제처럼 지냈던 적랑 조소생(안길강 분)을 활로 쏘아 죽였다. 이인겸은 이를 빌미로 이성계를 위협했고, 결국 이성계는 그에게 봐달라고 하며 고개를 숙였다. 평소 아버지를 ‘잔트가르’(몽고어로 ‘최강의 사내’)라 여기던 이방원에겐 큰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이날 방송은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각 인물들의 성격과 이들이 여러 가지 형태로 얽히게 되는 과정을 속도감 있게 그려내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화려한 영상미는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고, 천호진과 최종원의 불꽃 튀는 카리스마 대결과 아역 배우들의 놀라운 활약은 명품 드라마의 초석을 탄탄히 쌓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육룡이 나르샤’가 반드시 넘어야 하는 산이 있다. 바로 지난 해 KBS 1TV에서 방송됐던 정통 사극 ‘정도전’이다. ‘정도전’은 ‘육룡이 나르샤’와 마찬가지로 조선의 설계자 정도전이 혼란스러웠던 고려 말 이성계와 함께 조선을 건국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무래도 시대 배경이 똑같고 그려내는 캐릭터 역시 이성계, 정도전, 이방원 등 실존 인물이기 때문에 방송 전부터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김영현 작가 역시 “이미 먼저 방송을 한 것이기 때문에 비교 당하는 건 어쩔 수 없고 피해갈 수도 없다”며 ‘정도전’과의 비교는 불가피함을 언급한 바 있다. 예상대로 대다수의 시청자들이 ‘정도전’을 언급하며 기대감과 불안함을 동시에 드러냈다. 하지만 김영현 작가가 “‘정도전’과 우리가 하려는 이야기는 다르다. 주목하고 있는 부분을 봐달라”고 당부한 바와 같이 ‘육룡이 나르샤’는 ‘정도전’과는 극 분위기부터 등장 인물, 시청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판이하게 다르다.
휘몰아치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각성과 대립을 거듭하며 높이 날아오를 육룡의 이야기를 다룰 ‘육룡이 나르샤’는 이제 막 50부작 드라마의 첫 단추를 뀄을 뿐이다. ‘육룡이 나르샤’가 ‘정도전’의 그늘을 벗어나 ‘뿌리 깊은 나무’의 프리퀄답게 명품 사극으로서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기를 바란다. / parkjy@osen.co.kr
[사진] ‘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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