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가 제20회 개막식의 사회자로 송강호를 택한 것은 탁월한 결정이었다. 운명적이게도 스무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영화제와 영화인으로 20년의 경력을 이어온 관록의 배우는 같은 해(1996년)에 중요한 첫 발을 내딛었고, 함께 성장해왔다. 20년의 시간동안 BIFF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대 영화축제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고, 송강호는 '국민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송강호는 지난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벡스코 제2전시회장 4전시홀 내 이벤트홀에서 열린 아시아캐스팅마켓(Asian Casting Market) 캐스팅보드 제1회 커튼콜 배우로 선정됐다.
커튼콜을 선정한 아시아캐스팅마켓은 세계 최대의 영화시장으로 부상한 아시아의 스타들을 국제무대에 소개하는 행사. 커튼콜 수상자인 송강호에 앞서 한국 배우 김우빈, 김고은, 중국의 조우정, 장용용, 일본의 사토 타케루, 나가사와 마사미가 캐스팅보드 배우로 선정됐다.
1회 커튼콜 수상자로 선정된 송강호는 아시아 후배 배우들과 함께 인사를 나눈 후 사회자 오동진 평론가와 함께 20년 경력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BIFF에 대한 송강호의 감정은 애틋했다. 그는 "같이 성숙된다고 해야하나? 나에게 개인적으로 올해 부산영화제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특별한 소감을 밝혔다.
첫 영화인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홍상수 감독)부터 천만 관객을 돌파한 '괴물'(봉준호 감독), '변호인'(양우석 감독) 등의 주요 장면이 VCR을 통해 공개됐다. 전매특허인 자연스러운 '송강호표' 연기는 자리에 모인 이들을 집중시키기도, 웃게도 만들었다. 하지만 송강호는 자신의 옛 모습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민망하다. 내 연기가 너무 부끄럽고 닭살이 돋는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송강호의 영화 인생 20년은 90년대부터 시작된 한국영화의 흥행사를 보는 듯하다. '넘버3'(송능한 감독), '조용한 가족'(김지운 감독), '복수는 나의 것'(박찬욱 감독) 같은 특별한 영화부터 시작해 '쉬리'(강제규 감독), '반칙왕'(김지운 감독), 공동경비구역 JSA(박찬욱 감독), '살인의 추억'(봉준호 감독), '괴물'(봉준호 감독), '밀양'(이창동 감독),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김지운 감독), '설국열차'(봉준호 감독), '관상'(한재림 감독), '변호인'(양우석 감독)까지 한국현대영화사에 이름을 남길만한 굵직굵직한 작품들이 포진해 있다.
이처럼 대단한 작품들 중에서도 송강호가 가장 인상적으로 기억하는 작품은 '반칙왕'이었다. 그는 "내 첫 주연작이기도 했지만 그런 의미보다 '반칙왕'에서 주인공인 임대호라는 인물이 꼭 나와 같다. 내가 배우 생활을 하는 것 같은, 배우로서의 그런 인물과도 많이 닮았다. 그 인물이 배우 송강호와 정서적인 동질감이 많이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배우로서의 자의식을 엿볼 수 있었던 재밌는 대목.
지금까지 송강호의 영화를 본 관객수는 8천 6백여만명이다. 여기에 앞으로 더해질 '사도', 개봉을 앞둔 '밀정'(김지운 감독)의 관객수까지 더해지면, 1억 관객 돌파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시간동안 부산의 작은 축제로 시작한 BIFF는 어느새 세계 7대 영화제이자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위상을 높였다. 전용관이라 할 수 있는 영화의 전당이 세워졌고, 올해는 75개국 304편의 초청작과 월드 프리미어 94편(장편 70편, 단편 24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27편(장편 24편, 단편 3편)이 출품됐다. 제1회 BIFF에 32개국에서 출품된 171편의 영화가 출품됐던 것에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이렇게 성공적인 역사를 이뤄왔단 점에서 송강호의 배우인생과 BIFF의 여정은 닮은 데가 있다. 함께 커 온 배우와 영화제의 인연은 지금까지처럼 좋은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한국영화에 공이 큰 두 대표들이 보여줄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감을 모은다. /eujen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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